본보 기자, 조직위에 항의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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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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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 한국 대표팀 1일 명예코치로 현장 참관
문지희 선수, 안개로 사격 못해… 심판 “노게임” 선언

알마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알마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3일 여자 15km 경기가 열린 알마티 바이애슬론 경기장.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사격과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결합한 바이애슬론은 유럽 월드컵이 열리면 3만 관중이 몰릴 정도로 인기 있다. 기자가 한국 대표팀의 1일 명예코치 역할을 수행하며 바이애슬론 경기 현장을 참관해 봤다.

우선 한국 대표팀을 상징하는 노란 조끼를 입고 스키에 왁스를 바르는 작업을 시작했다. 신용선 대표팀 감독은 “평소의 두 배 정도 왁싱을 해도 비가 오면 스키가 잘 안 나간다. 체력전이 될 것 같다”며 걱정했다.

선수들은 사격장으로 이동해 영점 사격을 실시했다. 바이애슬론 선수들은 움직이면서 사격을 하기 때문에 일반 사격보다 영점 잡기가 훨씬 까다롭다.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대회조직위에 들러 장비 검사를 받는다. 기자는 신 감독과 함께 남은 장비들을 지켰다. 경쟁국에서 총구를 몰래 만지는 반칙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틈틈이 스키 모자챙이 빗물에 젖는 것을 막기 위해 수건을 챙기는 것도 명예코치의 몫이었다.

오후 1시 30분 한국의 문지희(23·사진)가 첫 번째 주자로 힘차게 출발대를 나섰다.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월드컵 37위에 오른 문지희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기대주. 선수들은 3km 코스를 돌아 사격장에 속속 도착했다. 과녁 5개 중 한 발을 놓칠 때마다 1분이 기록에 추가된다. 50m 거리의 4.5cm 남짓한 흰색 과녁을 맞히는 것은 사격 경기에서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을 의미한다. 숨이 턱까지 찰 정도로 달려온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숨을 고르고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순간 코칭스태프는 망원경으로 과녁 상태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 어떤 지시나 응원도 할 수 없다.

사격장에 들어선 문지희는 한참 동안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안개 때문에 과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이 조직위에 달려가 항의했다. 기자도 덩달아 달려갔다. 다음 주자들이 사격장에 들어오면서 심판장은 악천후에 따른 노게임을 선언했다. 문지희는 4일 재개된 여자 15km와 5일 계주 경기에서 4위에 올랐다.

알마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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