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하나에 돌아온 장윤희, 9년 공백 이겨낸 거포본색

  • 동아일보

현대건설전 한세트 뛰며 3점… 팀은 졌지만 갈채

뒤에서 몸을 풀던 등번호 7번의 낯선 선수가 코트에 들어섰다. 2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프로배구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3세트 경기. GS칼텍스가 5-10으로 5점 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 GS칼텍스 조혜정 감독은 선수 교체를 지시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돌아온 장윤희 플레잉코치에게 많은 박수를 보내주세요”라고 말했다.

장윤희(41·사진)는 여자 배구의 전설적인 선수. 1988년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에 입단해 호남정유의 92연승 신화를 만들었다. 최우수선수상도 5회나 수상했다. 입단 첫해부터 은퇴 전인 2001년까지 14년간 공격 종합 1위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지난해 GS칼텍스의 코치로 영입된 장윤희가 올해엔 선수로서 코트로 돌아왔다. 9년 만이다.

이날 코트에 들어선 장윤희는 단발머리에 군살 없는 모습이었다. 언뜻 봐선 신인 선수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과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이나 차이 나는 현역 최고령 선수. 가족이나 주위에서는 “얻을 것이 없는데 왜 복귀하느냐”며 걱정했다. 그러나 장윤희는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이날 날렵한 몸놀림으로 코트를 휘저었다. 상대 선수 2명의 블로킹 사이로 때리는 대담한 스파이크, 빈 공간에 재치 있게 밀어 넣는 공격 등 예전의 장윤희가 돌아온 듯했다. 장윤희는 4번의 공격을 시도해 3득점을 올렸다. 비록 한 세트였지만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날 GS칼텍스는 장윤희의 복귀와 새 용병 포포비치의 활약(21득점)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에 1-3(23-25, 25-23, 15-25, 20-25)으로 졌다. 장윤희는 경기 뒤 “좀 더 늦게 코트에 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온 것 같다. 코트에 서니 떨리기보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을 3-1(28-30, 25-23, 25-22, 25-19)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남자부 3위 LIG손해보험은 4위 우리캐피탈을 맞아 3-2(23-25, 25-14, 21-25, 26-24, 15-12)로 이겼다. 선두 대한항공은 상무신협을 3-0(25-10, 25-14, 25-16)으로 꺾고 2위 현대캐피탈(12승 5패)을 1경기 차(13승 4패)로 벌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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