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배영수가 봉중근에게 묻다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4일 07시 00분


고교시절 타자로도 대단했는데, 타자로 전향한다면 예상 성적은?
“지금 방망이 잡아도 2할8푼·10홈런 OK”

LG 봉중근이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 참가해 힘차게 스윙하고 있다. 그는 고교 시절 투수와 타자로 
만능이었다.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프로에서 타자로 뛰었다면 더 크게 성공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스포츠동아 DB.
LG 봉중근이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 참가해 힘차게 스윙하고 있다. 그는 고교 시절 투수와 타자로 만능이었다.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프로에서 타자로 뛰었다면 더 크게 성공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스포츠동아 DB.
삼성 배영수(30)와 LG 봉중근(31)은 별다른 인연이 없을 것 같지만 호형호제하며 절친하게 지내는 1년 선후배 사이다.

봉중근은 신일고 2학년 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스카우트돼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고, 2007년 국내에 돌아와 2008년부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며 LG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경북고 출신의 배영수는 삼성 1차지명을 받고 2000년 프로에 데뷔한 뒤 2004년 23세의 어린 나이에 단숨에 시즌 MVP가 됐다.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 주춤했지만 지난해 구속을 회복하기 시작해 올 시즌 재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봉중근은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온 KIA 최희섭을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찍었다.

○배영수가 봉중근에게

중근이 형,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를 하려니 어색하네요. 형을 안 지도 꽤 된 것 같네요.

고등학교 때부터 형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친해진 게 2006년 WBC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 처음 형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일본에서 훈련할 때부터 시작해서 미국 본선에 가서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잖아요.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형이 한국에 온 뒤에 야구장에서는 많이 만나고 있지만, 솔직히 밖에서 많이 못 챙겨드려서 죄송합니다. 제 결혼식 때 직접 오셔서 축하해줘 고마웠고요. 전지훈련 잘 하고 계시죠? 올 시즌 둘이 같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봉중근이 배영수에게


영수야, 먼저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날 생각해줘서 고맙다.

다른 선수도 많은 데 말이야. 솔직히 기분 좋다. 난 고교 시절 너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2006년 WBC 때 만난 기억은 생생하다.

너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정말 좋은 시간이었단다. 우리 그 때의 추억을 어찌 평생 잊을 수 있겠니. 그 이후에 영수에게는 많은 시련이 있었는데 힘든 시간을 견딘 만큼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야.

영수도 이제 결혼 생활 시작했는데, 그 이전과는 생활 자체가 많이 달라질 거야. 희생하고, 아내를 많이 이해해 주도록 해라. 네 말대로 올해는 둘이 경쟁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한 해를 만들자.

-고교 시절에 봉황대기 때였나요?
우리팀하고 붙었는데, 저는 그때 경기에 나가지 않았지만 형은 투수도 잘 하고, 방망이도 정말 잘 쳤어요. 솔직히 형이 프로에서 타자할 줄 알았어요.
만약 지금 타자로 전향하면 어떨까요? 타율은 어느 정도 기록하고, 홈런은 몇 개나 칠 것 같아요?


“솔직히 아직도 타자에 대한 미련은 많이 남아 있어. 은퇴하기 전 언젠가는 꼭 타자로 야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방망이를 놓은 지 오래돼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 타자로 전향한다면 일단 타율은 2할8푼, 홈런은 10개쯤? 내가 타자가 돼 너하고 붙는다면 삼진부터 하나 먹고 시작할게. 하하.”

-‘봉중근’하면 견제잖아요. 언제부터 그렇게 주자 견제를 잘 했어요? 누구한테 배운 건가요? 특별히 훈련한 건 있나요? 영업비밀 좀 살짝 알려주세요.

“특별한 영입비밀은 없어. 2000년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였는데, 우연히 견제의 중요성을 깨달았어. 누가 가르쳐준 건 아냐. 내 견제의 스승은 거울이었어.
혼자서 거울 보면서 계속 연습을 했지. 견제가 조금씩 잘 되니까 욕심이 더 많아지더라고.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다른 건 모르겠는데, 정말 부러운 게 있어요. 영어할 때 제일 멋있어요.
2006년 WBC 같이 갔을 때도 그렇고, 2009년 WBC에서 이치로 타석 때 일본팬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계속 터트리니까 심판을 불러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더라고요. 영어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죠?


“글쎄…. 미국에 8년 살면 누구나 다 영어 된다.
일단 어릴 때 미국에 간 게 영어를 빨리 익히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어릴 때일수록 언어를 빨리 흡수하잖아. 솔직히 따로 영어공부를 한 건 아냐. 마이너 있을 때 선수들하고 영어로 대화하면서 많이 늘었지.
적극적으로 부딪치다 보니까 되더라. 너도 외국인선수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봐. 처음엔 어려울지 몰라도 말을 하다 보면 늘어. 나도 처음엔 얼마나 힘들었다고.”

-저는 팔꿈치 수술 후에 볼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잖아요. 어떻게 하면 구속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요. 형도 스피드가 안 나오다가 올라왔는데, 어떻게 했어요?

“너도 작년부터 구속이 올라오는 것 같더라. 한번 아파 본 선수는 공 던질 때 통증이 올까봐 위축되잖아.
난 수술까지는 하지 않고 재활훈련으로 버텼지만 수술한 너는 더 그렇겠지.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 게 중요해. 훈련방법으로는 롱토스가 좋은 것 같아. 수술한 부분은 항상 보강훈련도 해주고.”

-선배로서 볼 때 배영수는 어때요?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기술적인 부분도 좋고, 정신적인 부분도 좋고.

“마운드에 있을 때 배영수는 자신감이 넘치지. 큰 경기에서 강하고 장점이 많은 선수지. 내가 선배지만 넌 그런 면에서 존경할 만한 선수야. 진심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정말 본받고 싶다. 계속 밀고 나가라.”

-형도 이젠 LG 투수 중에 고참급인데, 후배들한테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하나요?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이잖아요.

“아직 고참은 아니고, 팀내에서 중간이지. 네 말대로 내가 싫은 소리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이젠 위치도 위치인 만큼 가끔씩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변신해. 후배들 혼낼 때는 소리도 지르고 따끔하게 꾸짖지.
그래야 어린 선수들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아니까. 영수도 중고참이니까 후배들이 잘 할 땐 칭찬해주고, 혼낼 땐 혼내는 선배가 됐으면 좋겠다.”

-다시 미국으로 가거나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고 싶은 욕심은 없으세요? 저는 이번에는 메디컬체크에서 문제가 생겨 일본에 가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준비를 잘 해서 2년 후 재도전해보고 싶어요.

“난 미국에서는 뛰어봤잖아. 해외에 간다면 이젠 미국보다는 일본에 한번 가고 싶은 꿈은 있어. 일본야구도 경험해본다면 야구인생에 큰 재산이 될 수 있잖아.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국내에서 더 잘 해야겠지. 몸도 아프지 않게 잘 조절해야할 거고. 일본에서 너하고 한번 선발 맞대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하하하.”

-형은 아들이 있잖아요. 얼마나 좋은지 궁금해요. 저도 결혼을 하고 나니 아기를 언제 가져야할지 고민돼요. 저는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싶은데….

“아기를 낳을 거면 최대한 빨리 낳는 게 좋은 것 같아. 애가 생기면 책임감이 더 커지지. 집에서 1명이 아니라 2∼3명이 나만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해봐.
난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데 너무 좋아. 아들이 TV를 보다가 내가 야구하는 장면이 나오면 ‘아빠 나왔다’고 소리도 질러. 그럴 때면 너무 행복해. 흐흐흐.”

LG 봉중근은?

▲생년월일=1980년 7월15일
▲학교=수유초∼신일중∼신일고
▲키·몸무게=190cm/98kg(좌투좌타)
▲미프로야구 경력=1997년 애틀랜타∼2004년 신시내티
▲한국프로야구 데뷔=2007년 LG 1차지명
▲ML 통산성적=48경기 7승4패, 방어율 5.17
▲2010년 성적=28경기 10승9패, 방어율 3.58
▲2011년 연봉=3억8000만원(2010년 3억6000만원)
정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