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5회 연속 8강서 격돌 악연… 성적은 2승2패 팽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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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독 “차라리 잘됐다. 작년 빚도 갚아주마”

한국이 한 골 차로 호주에 1위를 내주고 C조 2위가 되면서 아시안컵 8강 상대가 또 이란으로 확정됐다.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과 만나는 건 1996년 대회 때부터 5회 연속이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차라리 잘됐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의 패배를 갚아주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속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란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한국과는 악연이 깊다. 도대체 이란은 어떤 팀인가.

○ 아시안컵에선 이란이 ‘왕’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7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월드컵 출전으로 치면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다. 하지만 아시안컵이라면 단연 이란이다. 한국은 1956년 첫 대회부터 2007년 대회까지 14번의 아시안컵에서 출전국이 4개국에 불과했던 1, 2회 대회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준우승(3번)이 최고 성적이다. 지역 예선에서 떨어져 본선에 못 나간 경우도 세 번이나 된다.

반면 이란은 처음 출전한 1968년 3회 대회부터 한 번도 본선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 사상 유일한 3연패(1968, 1972, 1976년)도 달성했다. 우승을 빼고도 4강 진출이 다섯 차례나 된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한 번뿐이다.

○ 이란과는 악연의 연속

한국과 이란은 아시안컵 5회 연속 8강전 맞대결과 함께 다른 대회에서도 인연이 남다르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3, 4위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맞붙었던 상대도 이란이다. 한국은 1-3으로 뒤지다 4-3으로 역전승했다. 2010년 한국 축구 최고의 명승부였다. 하지만 홍 감독이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최악으로 기억하는 경기는 1996년 아시안컵에서 치른 이란과의 8강전이다. 한국은 2-6으로 대패했다.

2009년에 열린 남아공 월드컵 지역 예선 때 한국은 이란과의 원정과 홈 두 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란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조광래호에 유일한 패배를 안겼다.

현재 이란 사령탑은 지난 대회 한국 팀 코치였던 아프신 고트비 감독. 그는 한국 팀의 기술분석관(2002년)과 코치(2006년)로 두 차례 월드컵에 나간 지한파다. 그는 “한국인과 한국 선수들을 사랑하기에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한국 축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힘든 경기를 할 여지가 있다.

○ 조광래 감독의 복잡한 속내

조 감독은 인도전이 끝난 뒤 “8강전 상대가 이란이 된 게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유를 들어보면 속내는 달라 보인다.

첫째 이유는 목표가 우승인 만큼 언젠가는 만날 상대인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0-1로 졌지만 현재의 한국 팀은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되게 좋아져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 감독은 인도전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곽태휘(교토상가)의 반칙으로 페널티킥 골을 내준 것을 꼽았다. 만약 한국이 4-0으로 이겼다면 8강전 상대는 이란이 아니었다. 조 감독이 이란에 부담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너무 바빠 슬픈 사나이… 16 세이브로 대회 최다… 뛴 거리도 GK 중 1위
약체 인도 GK 팔, 한국 소나기슛 막느라 헉헉



인도 골키퍼의 ‘미친 존재감’이 한국 축구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18일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한국과 인도의 C조 3차전 직후 ‘인도 골키퍼’가 한국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일제히 올랐다. 한국의 소나기슛을 정신없이 막아내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인도 골키퍼 수브라타 팔(25·사진)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바쁜 골키퍼였다. 최약체 인도가 그만큼 많은 공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에서 가장 바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통계에 따르면 팔은 이날 총 5.42km를 뛰었고 평균시속 3.6km를 기록했다. 이는 이번 대회 골키퍼 중에서 가장 많이, 가장 빨리 뛴 기록이다. 이날 한국 골키퍼 정성룡은 총 4.64km를 뛰었고 평균시속은 3km였다. 한국이 이번 대회 최다인 38개의 소나기 슈팅을 퍼부었지만 팔은 이번 대회 최고인 16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팔은 인도가 호주에 0-4로 패할 때는 5세이브를 기록했다. 요르단 골키퍼 아메르 샤파이가 시리아전에서 6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것이 이날까지 두 번째 기록이다.

팔은 다른 경기에서도 부지런히 뛰어야 했다. 호주전에서는 5.18km를, 바레인전에서는 4.46km를 뛰었다. 경기당 평균시속도 3km를 계속 넘겼다. 이에 비하면 호주 골키퍼 마크 슈와저는 세 경기에서 경기당 3.62km를 뛰고 평균시속 2.45km를 기록하는 등 한가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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