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부회장 낙선 왜?] 중동세+블래터 야합…예상 뒤엎은 ‘도하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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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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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 ‘차기 FIFA회장직’ 출마설
작년부터 블래터 회장과 불편한 관계
‘왕족’ 후세인은 중동지역 든든한 후원
韓축구 대변인 상실…외교력 치명타

정몽준 FIFA 부회장.
정몽준 FIFA 부회장.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직을 상실하면서 한국축구가 충격에 빠졌다.

정 명예회장이 6일(한국시간) 열린 AFC 총회에서 거행된 FIFA 부회장 투표에서 패해 AFC 핵심 인사 가운데 한국인은 단 한명도 없게 됐다. 이번 AFC 총회에서는 AFC 회장(1명)과 FIFA 부회장(1명), FIFA 집행위원(4명) 등 주요 임원들을 선발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을 제외하면 한국인 중에는 누구도 이번 총회에서 거행된 투표에 나서지 않았다.

○중동과 블래터의 야합에 무너지다

중동의 힘은 막강했다.

이번 선거에서 정 명예회장을 누른 상대는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이다. 요르단축구협회장과 서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요르단 압둘라 국왕의 동생으로 서아시아 국가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왕족들이 축구협회를 장악하고 있는 아랍지역에서 든든한 후원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오일달러의 힘은 막강하고, 끈끈했다.

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이 올 5월 열리는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알 후세인 왕자에게 FIFA 부회장 출마를 권유했고, 지원했다는 설도 있다. 블래터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계속 껄끄러운 관계였다.

지난해 말에 나돌았던 정 명예회장의 차기 FIFA 회장 출마설도 블래터 회장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일이였다. 블래터 회장이 AFC에 할당된 FIFA 부회장 선거에 관여할만한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외교력을 상실한 한국축구

정 명예회장은 FIFA 부회장을 맡아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7년 FIFA U-17 월드컵 많은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힘을 과시했다. FIFA 올림픽분과위원장을 맡는 등 FIFA와 AFC에서 막강한 파워로 한국축구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의 이번 선거 패배로 한국축구의 외교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축구에서는 정 명예회장을 제외하면 FIFA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전혀 없다. FIFA는 고사하고 AFC내에서도 한국축구를 대변할 수 있는 마땅한 인사가 없다.

AFC와 FIFA에서 적지 않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몇몇 관계자들은 정 명예회장의 최측근들이다. 그들은 이번 선거를 위해 측면지원을 담당했지만 대한축구협회와는 인연이 끊어졌다. 대부분이 정 명예회장이 소유한 현대중공업 임원들이다. 그들이 앞으로 한국축구 외교를 위해 다시 뛸지 미지수다.

○정 명예회장의 축구계 행보는

정 명예회장은 국외 뿐 아니라 국내 축구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다.

정 명예회장이 사실상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조중연 회장이 실무를 맡고 있지만 정 명예회장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나섰던 것도 정 명예회장이 주도적이 역할을 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최근 국제축구계에서 2번의 큰 실패를 맛봤다. 지난해 12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렸던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같은 아시아국가 카타르에 밀려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지 못했다. 이어 한 달 만에 진행된 AFC 총회에서는 FIFA 부회장직을 놓치고 말았다.

정 명예회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명예회장직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축구계에서 가진 직함이 없는 정 명예회장이 지속적으로 축구계에 영향력을 행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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