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 시네마]<2>기록에 목숨 건 메이저리거 스토리 다룬 ‘미스터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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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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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명예와 팀플레이, 스타의 선택은

영화 ‘미스터 3000’의 주인공 스탠 로스(버니 맥·오른쪽)가 3000안타를 친 뒤 심술이 난
투수가 관중석으로 공을 던지자 공을 주운 아이에게 돌려달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는
3000안타를 친 후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을 정도로 3000안타 기록은 그의 야구 인생에
전부였다. 사진 제공 터치스톤픽처스
영화 ‘미스터 3000’의 주인공 스탠 로스(버니 맥·오른쪽)가 3000안타를 친 뒤 심술이 난 투수가 관중석으로 공을 던지자 공을 주운 아이에게 돌려달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는 3000안타를 친 후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을 정도로 3000안타 기록은 그의 야구 인생에 전부였다. 사진 제공 터치스톤픽처스
1984년 프로야구 삼성 김영덕 감독은 이만수에게 타격 3관왕을 몰아주기 위해 시즌 막판 타율 경쟁자이던 홍문종(롯데)에게 고의 볼넷을 던지게 했다. 그러자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 감독은 “욕먹는 건 한때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며 끄떡도 하지 않았다. 더티 플레이인 줄은 알지만 기록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미스터 3000’은 야구 기록에 얽힌 해프닝을 소재로 한 영화다. 대개의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잘난 주인공이 개인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해 희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뻔한 얘기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끌어들인 상황이 웃긴다. ‘오션스 일레븐’, ‘트랜스포머’ 등에 출연했던 배우 버니 맥이 역을 맡은 주인공 스탠 로스는 메이저리그에서 3000안타를 치고 그날로 은퇴를 선언해버린 전직 야구 선수. 메이저리그 역사에 3000안타 이상을 친 타자는 27명뿐이니 로스가 갖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는 은퇴 후 자신의 닉네임 ‘미스터 3000’을 활용한 여러 가지 사업을 벌여 돈도 많이 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던 로스에게 황당한 소식이 날아든다.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3000안타 기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명예의 전당에서 그의 가입 자격을 심사하기 위해 기록을 검토해봤더니 안타 수가 3000개에서 3개가 모자라는 2997개라는 것. 은퇴 후 9년의 세월이 지나 그의 나이는 이미 47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안타 3개를 위해 그는 다시 현역에 복귀한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로스에게 3000안타는 인생 그 자체다. ‘미스터 2997’로는 도저히 남은 인생을 살아갈 의욕이 없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로스는 현역 시절 야구는 잘했지만 팬들은 물론이고 동료 선수들도 싫어할 만큼 시건방진 선수였다. 기자들에게도 ‘돌대가리’라는 말을 밥 먹듯 하고 감독도 소 닭 보듯 했다. 순위 경쟁이 한창이던 팀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3000안타를 기록하던 그날로 곧바로 은퇴를 선언해버려 홈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 로스가 아들뻘 되는 선수들과의 경쟁을 감수하고 현역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안타 3개를 위해서,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왔던 3000안타 기록을 위해서다. 잘나가던 현역 시절 시건방졌던 탓에 복귀 후 그는 팬과 동료들로부터 냉대를 받지만 3000안타를 위해서라면 참아야 했다. 결국 어떻게 됐을까. 로스는 빗맞은 내야안타로 2998호, 홈런으로 2999호 안타를 기록한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0-0으로 맞선 9회말 주자 2루. 방망이를 아무리 크게 휘둘러도 욕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는 스스로 판단해 희생 번트를 댄다. 그리고 영원히 남기려 했던 3000안타는 물 건너간다. 기록 달성을 위해 노구를 이끌고 복귀한 그가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다소 식상한 결말이지만 3000안타 대신 팬들의 기립박수가 그를 위로한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는 피츠버그에서 뛰었던 로베르토 클레멘테가 38세이던 1972년 딱 3000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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