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도 삼진아웃!” 그녀들의 불꽃리그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가을 야구가 끝났다고 야구가 다 끝난 건 아닙니다. 여자 야구의 하이라이트는 겨울이지요.” 영하의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때리는 12일 인천시 부평구 부영공원 야구장. 추위에 온몸이 굳어가지만 홈 플레이트와 마운드 사이에 마주 선 여전사들의 눈빛은 뜨거웠다. “플레이볼.” 심판의 외침과 함께 국내 최고 여자 야구팀을 가리는 포인트풀떳다볼(이하 떳다볼)과 블랙펄스의 국화리그 최종 결승전이 시작됐다.》

■ 여자야구 국화리그 챔피언결정전 열린 부평야구장 가보니…

국내 최고 여자 야구팀을 가리는 국화리그 최종 결승전이 12일 인천 부평구 부영공원 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시작에 앞서 블랙펄스의 원주영 감독 (앞줄 왼쪽)과 포인트풀떳다볼의 조정화 감독이 악수를 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국내 최고 여자 야구팀을 가리는 국화리그 최종 결승전이 12일 인천 부평구 부영공원 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시작에 앞서 블랙펄스의 원주영 감독 (앞줄 왼쪽)과 포인트풀떳다볼의 조정화 감독이 악수를 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국내에는 국화리그를 비롯해 영등포리그, 영남리그(부산, 대구, 경상 권역) 등 3개 여자야구 리그가 있다. 그중 2007년 국내 최초로 시작된 국화리그가 국내 정상급 10개팀이 벌이는 최고 리그다. 이날은 정규 리그 상위 4개팀이 토너먼트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여자 야구가 파워와 주력은 떨어질지 모르나 경기 내용까지 ‘천하무적야구단’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화리그 결승전은 남자 프로야구 못지않은 세밀함과 전술의 깊이를 보여준 명승부였다.

1회초 떳다볼의 오른쪽 타자들은 상대의 좌익수 수비가 약한 것을 간파하고 당겨 치는 타법으로 왼쪽 외야로 볼을 날렸다. 그러자 블랙펄스는 소프트볼 선수 출신 곽대이를 곧바로 좌익수로 옮겨 맞불을 놨다. 곽대이는 결국 2사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들던 주자를 강한 어깨로 잡으며 0-8까지 뒤진 팀의 위기를 끊었다. 곽대이는 정규리그 9경기에서 타율(0.686), 안타(16), 도루(28), 득점(25) 1위를 기록한 ‘국화리그의 이대호’다. 그라운드 홈런이지만 홈런도 4개(1위)나 때려냈다. 곽대이는 2회부터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상대팀의 2루 도루를 저지하기도 했다.

떳다볼은 투수의 구위가 인상적이었다. 선발 배새롬은 여자 야구에서 보기 힘든 사이드암으로 블랙펄스의 타선을 제압했다. 배새롬은 “어깨를 다친 후 투구폼을 교정했는데 볼 끝이 오히려 좋아졌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몸에 맞게 즐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경쟁은 치열했다. 포인트풀떳다볼 의 방순진(오른쪽)이 배터박스
에서 공을 노려보고 있다.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경쟁은 치열했다. 포인트풀떳다볼 의 방순진(오른쪽)이 배터박스 에서 공을 노려보고 있다.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여자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남자 야구 대표팀의 선전을 지켜본 여성들이 직접 가세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등록 팀만 전국 24개로 500여 명이 뛰고 있다. 준결승에서 떳다볼에 패했지만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나인빅스그린는 15여 명의 인턴 선수를 뽑아 6주간 지켜보면서 입단을 결정한다. 나인빅스그린 인턴 선수 이정서는 “처음엔 추신수가 좋아서 야구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나인빅스에서 추신수의 등번호 17번을 꼭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떳다볼의 16-12 승리로 끝났다. 떳다볼은 지난 2년 동안 준우승에 머물다 국화리그 첫 우승을 차지했다. 떳다볼 조정화 감독은 “남자 사회인 야구에선 지면 서로 밥도 안 먹는다는데 우린 아니다. 여자 야구에는 적이 없다. 모두 가족일 뿐”이라며 밝게 웃었다. 준우승을 차지한 블랙펄스 원주영 감독은 “비록 졌지만 처음엔 10m도 못 던지고 펑고 1개도 잡지 못했던 친구들이 어느새 러닝스로를 하는 것을 보며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겨울 한파를 열정으로 꺾은 이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훈련하고 싶은 여성 야구팬들이라면 한국여자야구연맹(www.wbak.net)이나 국화리그(bpyagoo.co.kr)에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