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대학감독 거쳐 프로 맡은 양승호 신임 롯데 사령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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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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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못하면 2등이나 꼴찌나 같죠”

“부산 팬들, ‘양승호가 누구야’ 했을 겁니다. 그럴 만도 하죠.”(롯데 양승호 감독)

실제로 그랬다. 부산의 택시 운전사들에게 ‘새로 온 롯데 감독 어떤 거 같으냐’고 물어보니 반응은 한결같았다. “어떻고 말고를 떠나 눈지(누군인지) 알아야 뭔 얘기를 하지예(하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사실을 얘기하니 양 감독은 사람 좋게 웃기만 했다. 어떻게 보니 1980년대 인기 댄스그룹 ‘소방차’ 멤버 정원관을 닮았다. 본인도 인정했다. 프로야구 롯데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닷새가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양 감독은 프로 초짜 감독 치고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유별나다고 해도 될 만큼 야구에 관심이 많은 부산 사람들이 자신을 마뜩잖아 하는 것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금 아무리 얘기해봐야 소용없어요. 내년에 성적으로 말하는 수밖에요.” 그러면서 그는 “선수로 이름을 날린 것도 아니고 서울 연고인 두산(OB 포함), LG에서만 코치를 했으니 부산 분들이 모를 만도 하다”고 했다.

양승호 신임 롯데 감독은 초중고교와 대학 감독은 물론 프로 구단에서 프런트와 코치, 감독대행까지 지낸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다. 그는 인터뷰 내내 후덕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내년 시즌 우승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양승호 신임 롯데 감독은 초중고교와 대학 감독은 물론 프로 구단에서 프런트와 코치, 감독대행까지 지낸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다. 그는 인터뷰 내내 후덕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내년 시즌 우승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그는 대뜸 “어떤 감독이 명감독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용장, 지장, 덕장 등 여러 스타일의 감독이 있지만 계약기간 안에 우승 못하면 2등이나 꼴등이나 명감독이 못되는 건 마찬가지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롯데 사령탑이 된 자신은 복 받은 감독이라고 했다. “대개 감독이 바뀔 때는 성적이 안 좋은 팀일 경우가 많잖아요. 약한 팀 맡아서 전력을 올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우승 못하면 명감독은 못되죠. 계약 기간 3년 안에 언제든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을 맡은 건 큰 행운이에요.”

바꿔 생각하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의 지휘봉을 새로 잡는다는 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일일 수도 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렇다고 꼴찌 팀을 새로 맡으면 부담이 없겠습니까. 감독이라면 어딜 가나 부담은 다 느끼죠.”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몰라보는 건 그렇다 쳐도 사령탑으로서 경험 부족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는 듯했다. “국내에서 초중고교와 대학을 거쳐 프로 감독까지 경험하는 지도자는 나뿐일 것 같은데….” 그는 수유초등학교와 신일중, 신일고, 고려대 감독을 지냈다. “신일고 감독 때였는데 다시 한 번 프로에서 야구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언젠가는 반드시 프로 감독이 되겠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준비해 왔죠. 그게 딱 20년 걸렸네요.” 그는 신일고 감독을 그만두고 1990년 OB에서 방문경기 기록원을 시작으로 프로에서 스카우트와 코치, 감독대행까지 지냈다.

20년을 준비해온 감독 자리인데 롯데 구단으로부터 처음 연락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제가 ‘면접을 보려는 겁니까’ 하고 물어봤어요. 면접이 아니라 계약을 하자대요. 손도 떨리고 발도 떨리고 그랬어요. 하하하.”

신문이며 방송에 난 기사를 보고 중학교 3학년인 딸과 1학년인 아들이 “아빠가 이렇게 유명해졌냐”며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돈을 좀 적게 받아도 고려대 감독으로 계속 있으면 안 되냐”고 했다. 스트레스도 심할 테고 무엇보다 양 감독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걸 걱정해서라고 한다. 그는 “물론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프로야구 감독은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자리”라고 말했다. 끝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혼을 쏟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감독이 되고 싶어요. 이러면 덕장인가요. 하하하.”

부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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