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혈투… 노련한 곰, 젊은 사자 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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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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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 투수 16명… 안타 31개… 4사구 19개… 연장 11회… 점수 9:8

“내가 끝냈다” 4시간 58분의 혈투를 끝낸 두산 손시헌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 11회 말 무사 2, 3루 찬스에서 터진 손시헌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삼성을 9-8로 꺾어 한국시리즈 티켓 획득에 1승만을 남겨뒀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내가 끝냈다” 4시간 58분의 혈투를 끝낸 두산 손시헌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 11회 말 무사 2, 3루 찬스에서 터진 손시헌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삼성을 9-8로 꺾어 한국시리즈 티켓 획득에 1승만을 남겨뒀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오늘 이기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간다. 사실상 결승전이다”라는 경기 전 양 감독의 말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혈투였다.

손시헌 극적 끝내기 안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는 양 팀 합쳐 16명의 투수(두산 9명, 삼성 7명)가 나왔다, 31개의 안타(두산 18개, 삼성 13개)가 터졌으며 19개의 4사구(두산 8개, 삼성 11개)가 쏟아졌다. 9회로도 모자라 연장 11회까지 이어진 4시간 58분간의 혈전에서 마지막에 웃은 것은 두산이었다. 11회말 끝내기 안타로 9-8로 승리한 두산은 2승 1패로 앞서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 미러클 두산

2회초까지 4점을 내주며 승리는 일찌감치 삼성으로 기우는 듯했다. 믿었던 에이스 김선우는 2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 1, 2차전까지 불펜 투수들을 풀가동한 두산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친 것 같던 두산 불펜은 오히려 위기를 맞아 힘을 냈다. 2회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레스 왈론드는 3이닝 동안 점수를 주지 않았다. 타선도 뒤를 받쳤다. 2-4로 뒤지던 4회 1사 1, 2루에서 정수빈이 좌중간을 꿰뚫는 3루타를 쳐 동점을 만들었고, 이종욱이 2루 앞 내야 안타를 쳐 역전에 성공했다.

두산, PO 1패 뒤 2연승

불펜진의 선전 속에 6-4로 앞서던 두산은 8회 정재훈이 대타 조영훈에게 솔로 홈런을 내준 데 이어 2사 1루에서 고창성이 박한이에게 2루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두산은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9회말 1사 만루의 황금 찬스마저 무산시켜 분위기는 다시 삼성 쪽으로 넘어갔다.

연장 11회가 되자 지난해까지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지 못했던 성영훈과 김창훈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9번째 투수 김성배까지 등판하자 2차전 선발 켈빈 히메네스와 다음 날 선발 홍상삼을 빼고는 등판할 투수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성배는 채상병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에 이어 김상수에게 번트 안타를 맞으며 2점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다.

두산의 뚝심은 11회말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이종욱의 안타와 김동주, 고영민의 연속 볼넷으로 맞은 무사 만루 찬스에서 임재철이 삼성의 7번째 투수 정인욱을 상대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동점 2루타를 쳐낸 것. 후속 손시헌은 계속된 무사 2, 3루 찬스에서 정인욱의 직구를 받아쳐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 AGAIN 2001(?)

두산 선수들은 환호했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승리한 듯한 분위기였다. 선수들은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9년 전인 2001년에도 그랬다. 당시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했고,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내준 뒤 내리 3판을 이겼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을 4승 2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까지만 보면 당시와 상황이 흡사하다.

‘Again 2001’을 향한 첫 번째 시험 무대는 11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4차전이다. 두산은 홍상삼을, 삼성은 팀 레딩을 선발 예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PO 3차전서 쏟아진 포스트시즌 신기록::

▷김동주: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안타(77), 최다 타점(37), 최다 루타(110)

▷박한이: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득점(37), 한 경기 최다 2루타(3개)

▷한 경기 최다 4사구 19개(삼성 11, 두산 8), 한 경기 최다 사구 6개(삼성 5, 두산 1), 한 경기 팀 최다 사구(삼성 5)

▷박진만: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경기 출장(77경기)
▼선수들 어려운 상황 잘 이겨내▼

▽두산 김경문 감독= 8, 9회 점수를 낼 기회를 못 살려 경기가 넘어가나 싶었고 11회에 2점을 주면서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낸 것 같다. 11회 무사 1, 2루에서 강공을 택한 것은 동점은 소용없으니까 지려면 이번에 지자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정재훈은 홈런을 또 맞았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심 타자들, 제 역할 못해 아쉬워

▽삼성 선동열 감독= 정인욱은 11회초에 우리가 2점을 낸 뒤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거다. 어린 선수인 만큼 본인에게도 큰 약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프란시스코 크루세타가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정인욱이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선수라 낫겠다고 판단해 맡겼다. 중심 타자들이 제 역할을 못해준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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