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축구인생의 구세주”

  • Array
  • 입력 2010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 K리그 수원돌풍 이끄는 日-中노장 콤비 다카하라-리웨이펑

K리그 수원 돌풍의 주역인 리웨이펑(왼쪽)과 다카하라 나오히로. 각각 중국과 일본 대표팀에서 최고의 수비수와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 2일 경기 화성의 수원 클럽하우스 연습구장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수원 삼성
K리그 수원 돌풍의 주역인 리웨이펑(왼쪽)과 다카하라 나오히로. 각각 중국과 일본 대표팀에서 최고의 수비수와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 2일 경기 화성의 수원 클럽하우스 연습구장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수원 삼성
2000년 10월 일본과 중국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이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일본 대표팀의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받던 선수가 있었다. 1999년 일본을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그에 대한 일본 팬들의 지지는 폭발적이었다. 다른 한 명의 선수는 중국 축구의 미래로 꼽힌 수비수. 중국 팬들은 훌륭한 신체조건에 과감함, 지능까지 갖춘 그를 ‘만리장성’이라 불렀다.

그로부터 10년 뒤. 두 선수가 한 팀에서 재회했다. K리그 수원 삼성에서 뛰고 있는 다카하라 나오히로(31·일본)와 리웨이펑(32·중국). 이들을 2일 경기 화성에 있는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10년 전 서로에 대한 기억을 물었더니 다카하라는 “덩치가 크고 거칠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리웨이펑은 “위치 선정이 좋고 움직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 악동? 프로라고 불러주세요

어느덧 30대로 접어든 이들의 축구 인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파란만장’이다. 2002년 J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을 차지하며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했던 다카하라는 수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황금기를 열었다. 하지만 2007∼2008시즌 부상과 부진의 악재 속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방출된 뒤 복귀한 J리그에서도 소속팀 감독과의 마찰로 1군에서 제외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리웨이펑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중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20세 이하 월드컵(1997년), 올림픽 본선(2008년 와일드카드), 월드컵 본선(2002년)을 모두 경험하며 최고 수비수 반열에 올랐지만 소속팀과의 갈등으로 선수 인생을 접을 위기에까지 처했다. 절박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이 수원. 리웨이펑은 지난 시즌, 다카하라는 최근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이 “축구 인생 최대의 전환기는 바로 수원에 영입된 시점”이라고 꼽는 이유다.

걸어온 축구 인생만큼 비슷한 부분이 또 있다. ‘악동’이라 불릴 만큼 다혈질로 유명한 성격. 하지만 이들은 “언론에 비치는 모습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다카하라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고 성격도 직설적이라 개성이 많은 건 인정한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망치는 등 프로답지 않은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리웨이펑 역시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거친 플레이가 나오지만 악동은 아니다. 중국 축구협회, 언론 등과 사이가 좋지 않다 보니 마녀 사냥을 당한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둘 다 늘 성실하고 프로 의식이 대단하다. 고참으로서 선수단을 이끄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이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라고 칭찬했다.

축구 선수로서 현재 시점을 축구 경기에 비유해 달라고 했다. 다카하라는 “딱 후반전 시작할 무렵”이라고 말했다. 하프타임 때 충분히 쉬고 후반전 재도약을 노린다는 의미였다. 리웨이펑은 “후반 30분”이라고 했다. 그는 “나머지 15분을 실점 없이 잘 마무리해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축구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 차두리 머리 스타일? 원조는 바로 나

다카하라와 리웨이펑은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다카하라에게 가장 인상 깊은 한국 선수는 역시 차두리(30·셀틱). 한 살 차이인 이들은 분데스리가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며 친분을 쌓았다. 다카하라에게 차두리와의 인연을 물었더니 대뜸 “차두리가 나를 따라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빡빡 민 그의 머리를 가리키며 “차두리 헤어스타일의 원조는 바로 이 머리”라며 활짝 웃었다.

차두리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그는 “어린아이처럼 친근한 표정이 인상 깊었다. 웃는 모습도 해맑았다”고 했다. 독일에서 ‘아시아 커넥션’을 형성한 이들은 일식집을 자주 갔다. “둘 다 생선을 사랑했다”는 게 다카하라의 설명. 얼마 전엔 차두리로부터 안부 전화도 왔다. “K리그에 있다”고 했더니 차두리가 “축하한다. 한국 팬들에게 멋진 모습 보여주라”고 당부했단다. 다카하라는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수원 감독과의 만남도 기억했다. 그는 “감독님이 독일에 왔을 때 ‘수원에 오라’고 했다”면서 “결국 나는 왔는데 차 감독님은 갔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중국의 ‘국민 수비수’ 리웨이펑은 어떨까. 그는 “대표팀 경기에서 만난 모든 한국 공격수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국 공격수들은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기술로 항상 자신을 괴롭혔다는 것. 특히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수차례 만난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과 관련해선 “장점이 많은 공격수다. 한 방까지 갖춰 수비수에겐 부담스러운 존재”라며 엄지를 세워 보였다. 그는 또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한국 경기를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박주영(25·모나코)은 스피드가 좋아요. 이청용(22·볼턴)은 창조적인 플레이가 놀랍습니다.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설명이 필요 없어요. 한국팀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아시아 선수들의 역할 모델입니다.”

화성=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