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없는 자리서 ‘속전속결’ 결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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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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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악연맹 “오은선, 칸첸중가 미등정”

정상인가 아닌가 대한산악연맹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했다고 선언한 오은선이 칸첸중가 정상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오은선이 칸첸중가 정상에서 찍었다고 제시한 것. 오 씨 주변이 짙은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상인가 아닌가 대한산악연맹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했다고 선언한 오은선이 칸첸중가 정상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오은선이 칸첸중가 정상에서 찍었다고 제시한 것. 오 씨 주변이 짙은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오은선(44)이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 여성’의 타이틀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당분간 ‘14좌 완등자’ 대접을 못 받게 됐다.

대한산악연맹은 26일 “오은선의 칸첸중가(8586m) 등정 의혹과 관련해 오은선은 정상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오은선은 “결정에 참여한 산악인 7명이 이전에 오른 8000m 이상 모든 봉우리의 등정 자료와 내 자료를 놓고 공개 심판을 받겠다”고 맞섰다.

대한산악연맹은 “이인정 연맹 회장 주재로 칸첸중가 등정자 6명인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김웅식 김재수 김창호가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정상 등정이라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오은선이 지난해 5월 오른 칸첸중가는 국내 산악인들의 등정 의혹 제기와 해명이 수개월째 반복됐다. 올해 4월 14좌 완등의 마지막 봉우리였던 안나푸르나 등정을 전후해서는 경쟁자였던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히말라야 완등의 공인 기관처럼 여겨졌던 엘리자베스 홀리 씨가 “나는 기록자일 뿐”이라고 한 발 뺀 상황에서 세계 최초 14좌 완등자인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가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은 맞다”고 말했고 파사반도 “내가 두 번째임을 인정한다”고 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주요 해외 산악 사이트에도 오은선은 21번째이자 여성 첫 번째 14좌 완등자로 올려져 있다.

SBS 의혹 재점화 5일만에… ‘14좌 완등’ 박탈 위기에
오씨 “자료 준비중에… 결론 낸 7人함께 공개심판 받자”

하지만 6월 오은선과 칸첸중가를 같이 오른 셰르파 중 한 명이 ‘오은선은 정상에 가지 않았다’고 말하며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또 이달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칸첸중가 등정 의혹을 다시 거론하면서 논란은 극에 달했다.

결국 대한산악연맹은 국내에서 칸첸중가를 오른 7명(불참한 서성호는 전화로 의견 표명)을 모아놓고 ‘미등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의혹이 공개적으로 터진 이후 8개월간 대한산악연맹이 명확한 태도를 밝힌 적은 없다. 이에 오은선은 “‘그것이 알고 싶다’로 논란이 재점화된 지 5일 만에 내가 참석하지 않은 자리에서 결론을 내고 발표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오은선은 “준비 중인 자료가 확보되면 언제든지 모임에 응하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결론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은선은 칸첸중가뿐만 아니라 모임에 참석한 산악인이 오른 히말라야 8000m급 모든 고봉의 정상 사진을 갖고 비교하자고 공개 요구했기 때문이다.

7명이 등정한 모든 봉우리의 정상 사진이 완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국내 14좌 완등자 중 한 명은 하산 도중 카메라를 잃어버려 정상 사진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과거 국내 산악인의 많은 등정이 의혹을 받고 14좌 완등자 3명의 기록에 대한 재검토가 잇따르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동영상=오은선 대장 히말라야 14좌 완등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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