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못꺾은 ‘철인 열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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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 ‘철인들의 축제’ 인천컵 국제트라이애슬론 성료


수영을 마친 선수들이 다음 종목인 사이클 경기를 위해 바꿈터로 뛰어오고 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사이클-마라톤 순서로 진행된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수영을 마친 선수들이 다음 종목인 사이클 경기를 위해 바꿈터로 뛰어오고 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사이클-마라톤 순서로 진행된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호주 암버거-성은경 남녀엘리트 우승


2010 인천컵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가 열린 22일 인천 송도신도시 중앙공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엘리트 경기가 시작된 오전 10시경 이미 섭씨 30도를 넘었고 습도까지 높아 정오엔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했다. 중앙공원 호수의 수온도 일반 수영장(24도 내외)을 훌쩍 뛰어넘은 32도.

전 세계에서 몰려든 606명의 철인은 자기 한계뿐 아니라 날씨라는 시련과도 싸워야 했다. 하지만 한여름 불볕더위도 완주를 향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528명(동호인 459명 포함)의 참가자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완주하는 기쁨을 누렸다.

호주의 조슈아 암버거(21·1시간 56분 54초)와 한국의 성은경(27·2시간14분24초)은 각각 엘리트 남녀부 우승을 차지했다.

암버거는 호주의 드루 바일스와 막판까지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다 바일스가 결승점을 약 2km 남긴 지점에서 레이스를 잠시 멈추면서 선두를 굳혔다. 암버거는 “올 시즌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인데 마무리를 잘해서 기쁘다.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엘리트 여자부에서는 한국의 성은경이 생애 첫 국제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성은경은 “변수가 많았는데 끝까지 선두를 지킬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고향 경남에서 첫 올림픽 코스로 치러지는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국가대표선수들과 겨뤄 입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초라도 줄이자” 바꿈터는 전쟁터▼

다음종목 준비 북새통… 방심했다간 실격

수영, 사이클, 달리기로 구성된 트라이애슬론에서 가장 긴장감이 흐르는 곳은 어딜까. 바로 다음 종목을 준비하기 위해 들르는 바꿈터(Transition Area)다. 촌각을 다투는 선수들이 몰려드는 바꿈터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격한 규칙이 따른다.

선수들은 수영 코스에서 나오자마자 수경과 수모를 벗으면서 바꿈터로 달려간다. 자신의 사이클이 있는 지점에 특이한 표식을 해둘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정확하게 걸이대 위치를 인지해야 한다. 실제로 정신없이 뭍으로 나온 선수 중 자전거를 제때 못 찾는 선수가 속출했다. 수경과 수모를 지정된 곳에 놓지 않으면 15초 벌칙이 부과된다. 사이클 출발 전에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실격이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바꿈터에서 바로 사이클에 오르는 것은 금지된다. 바꿈터에서 100m가량 떨어진 승차선까지는 사이클을 끌고 가야 한다. 사이클 속도 유지를 위해 선수들은 운전대가 아닌 안장을 잡고 밀면서 뛰어간다. 시간 절약을 위해 사이클 페달엔 특수 신발이 사전에 부착돼 있다.

사이클 경기를 마치고 다시 바꿈터로 돌아와 자신의 걸이대 밖에 사이클을 놓으면 역시 15초 벌칙이 부과된다. 거치 전까지 헬멧을 벗어선 안 된다. 마라톤화를 신고 두 번째 바꿈터 밖으로 뛰어 나가면 철인을 향한 마지막 여정이 펼쳐진다.

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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