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김민우가 황재균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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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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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반 넥센에서 롯데로 이적한 황재균. 질문자인 넥센 김민우와는 3루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지만, 8년이란 적잖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우정을 나눴다. 또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넥센 강정호를 지목해 친정팀에서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자랑했다. [스포츠동아 DB]
시즌 중반 넥센에서 롯데로 이적한 황재균. 질문자인 넥센 김민우와는 3루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지만, 8년이란 적잖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우정을 나눴다. 또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넥센 강정호를 지목해 친정팀에서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자랑했다. [스포츠동아 DB]
응원소리 쩌렁쩌렁한 롯데로 이적해서 뛰니까 할 맛 나니?
“안타치면 벼락 응원소리, 그러나…”


◎애피타이저

8년이란 적잖은 나이차에 뚜렷한 학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걸어온 길 자체가 다르다. 프로에 와서야 만났을 뿐. 거기다 포지션까지 겹친다. 한 때 같은 팀에서 경쟁 구도를 이뤘다. 언뜻 보기에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그러나 넥센 김민우(31)와 롯데 황재균(23)은 다르다. 형은 따뜻하게 후배를 걱정하고, 후배 역시 ‘친구 같은 형’이었던 선배에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다. 오고가는 말 속에서 나이차를 넘어선 돈독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친구 박용택(LG)에게 릴레이인터뷰를 넘겨받은 김민우는 다음 대상자로 지체없이 황재균을 선택했다. 다소 의외라는 느낌이 들 정도. 하지만 3루 포지션을 놓고 경쟁했던 두 사람의 인터뷰를 중간에서 정리하면서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따뜻한 관계로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는 둘만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황재균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넥센에서 뛸 당시 선의의 라이벌이었던 입단 동기생 강정호(23)를 찍었다.

 
○넥센 김민우가 롯데 황재균에게

(황)재균아 잘 살고 있냐? 남들이 그러더라. 프로에서 같은 포지션끼리는 친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사실 내 경험을 보더라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냉정한 프로의 세계니까 말이야. 우리 비시즌 때 술 한 잔 기울이면서 했던 말 기억하지? “난 그런 게 싫다”고. 너 역시 그랬던 것 같아. 덕분에 야구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이 도움도 주고받았잖아. 너무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 그래서 네가 트레이드 됐을 때 더 아쉬웠던 것 같다. 남들은 넥센에서 3루 경쟁자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었거든. 내가 주전으로 못 뛰었던 것은 내 실력이 부족해서였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트레이드가 너에게는 잘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 선배라기보다 형으로서 더 좋은 성적 내서 재균이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게.

 
○황재균이 김민우에게

형이랑 술 한잔 하면서 했던 말, 물론 기억하죠. 저도 경쟁은 야구장에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니까, 형 생각과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롯데로 팀을 옮기면서 형이랑 헤어져서 좀 아쉽지만, 우리 자주 봐요. 짬 날 때. 내가 고맙다고요?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넥센에 있을 때 형이 친구 같은 선배로 제 곁에 있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트레이드 직전, 2군에 있을 때 너무 힘들었죠. 그리고 그 전에 성적이 안 좋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근데 이젠 많이 좋아졌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참, 청바지 약속은 꼭 지켜주세요, 하하.

-일단 네 몸 상태가 제일 궁금해. 손목은 이제 좀 괜찮은 거니? 아니면 재활하면서 아직도 아픈 걸 참고 뛰고 있는 거야? 나도 현대 입단 직후에 손목 다쳐봐서 그 마음 잘 알거든….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데 아프니까 정말 답답하잖아. 가장 좋은 것은 쉬는 건데…. 아무튼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지금 아픈데는 없어요. 다쳤던 손목은 좋아졌어요. 통증 참아가면서 게임 뛰는 건 아니에요. 걱정 해줘서 고마워요.”

-그간에는 팬이 적은 팀에서 뛰었잖아. 이제 “황재균” 응원소리로 쩌렁쩌렁한 구단에서 뛰니까 더 할 맛 나냐? 물론 넥센도 팬과 선수가 가족적인 분위기라서 좋기는 하지만 말이야. 목동에서 관중 없는 날은 야유소리까지 다 들리는데 거기(사직)는 야유소리는 들리지도 않겠더라. 하하.

“처음엔 많이 긴장했었나봐요. 사직구장에서 첫 타석에 섰는데, 다리까지 다 떨리더라고요. 안타 하나치면 사직구장 전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니 기분이야 물론 좋죠. 하지만 동료들이 그러더라고요. 야구 못하고 부산 시내 돌아다니다 야유 들을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 긴장감 늦추지 않고 있어요.”

-너 얼마 전에 로이스터 감독님한테 혼났다며? “앞 타자가 초구 쳐서 죽었다고 너도 초구를 안칠 필요는 없다. 더 공격적으로 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어. 너의 스타일과 맞을 것 같기도 하지만, 생소하기도 할 것 같아. 그런 야구가 너에게 어떻게 다가갔니? 그리고 너와 첫 만남 때 로이스터 감독님께서 “너에게 이제 마이너(2군)란 없다”고 하셨다던데 그 때 기분은 어땠니?

“베이스 러닝을 공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한마디 들었을 뿐인데, 초구 안 때렸다고 혼 난건 아니에요. 내가 원래 초구를 좋아하니까, 초구를 적극적으로 때리라는 건 크게 혼동되거나 하지 않아요. 감독님이 1군에 계속 둘 것이란 말씀을 하셨을 땐 정말 찡한 마음에 눈물이 날 뻔 했어요. 강진에 있을 때 참 많이 괴로웠거든요. 우울증 같은 게 찾아 올 정도로 많이 힘들었는데, 그 말씀 들으니까 가슴이 찡 하더라고요.”

-너 트레이드될 때 통화했던 기억이 난다. “2군에 있는데 가서 정신없다”고 했었지. 이제 자리가 좀 잡혔으니 나도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나은 여건에서 운동할 수 있는 팀이라고도 볼 수 있잖아. 그 때 솔직히 심정이 어땠니?

“일단 2군에 내려가 있을 때 너무 힘들었죠. 여러 가지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소식 처음에 들었을 땐 얼떨떨한 마음이 컸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열심히 하면 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생기고요.”

-2군에 있다가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팀에 갔잖아. 너를 빛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기분이 어때? 그리고 만약 4강에 가면 어떤 야구를 준비하고 있니? “평소대로 열심히 해야죠.” 이런 뻔한 답변 말고, 너의 전략을 살짝 말해주렴.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팀이라 분위기가 다른 건 아무래도 있는 것 같아요. 시즌 초반부터 워낙 성적이 안 좋았으니까, 제 개인 성적에는 크게 신경 안 써요. 마음 속으로 플레이오프가 올 시즌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다짐하죠. 거기서부터 보여주면 된다고요. 공격은 나 말고도 다른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으니까 먼저 탄탄한 수비를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재균아 넌 덩치도 크고, 허벅지도 두꺼운 녀석이 스키니 진을 즐겨 입더라. 그 이유는 뭐니? 그런 건 조권 같은 사람이나 입는 거지 안 어울려 보이는데…. 패션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니? 네가 원한다면 내가 청바지 사줄 수도 있어.

“나만의 스타일인데 왜 그러세요? ㅋㅋ.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어울린다고 하던데…. 형이 청바지 사 주신다고 했으니까 스키니 진으로 부탁드려요. 신문에 기사까지 날 테니 꼭 약속 지켜주세요.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안 됩니다. 하하.”

롯데 황재균은?


▲생년월일=1987년 7월 28일 ▲출신교=사당초∼이수중∼경기고 ▲키·몸무게=183cm·90kg ▲프로 데뷔=2006년 현대 2차 3번(전체 24번) ▲2009년 성적=133경기·타율 0.284(536타수 152안타)·18홈런·63타점·86득점·30도루 ▲2010년 연봉=1억원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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