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데뷔전서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22시 02분


윤빛가람.최효진 데뷔골..리턴매치 승리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소집 첫 날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거라 기대되고 흥분된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국 대표팀 수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부담감이나 긴장감은 없어 보였다. 허정무 감독 후임으로 선임됐을 때도 그는 취임 소감으로 "이제 한국은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호기 있게 말했다. 1년 뒤 일도 알 수 없을 때 그는 이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었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조광래호'가 11일 씩씩하게 출범했고 썩 괜찮은 플레이를 보여주며 축구 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조 감독이 직접 뽑은 선수들은 이날 나이지리아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어 2-1로 승리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맞붙어 2-2로 비긴 뒤 49일 만의 리턴 매치를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키면서 승리로 이끈 것.

국가대표 감독 데뷔전에 그것도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큰 모험을 걸었다. 3-4-2-1의 새로운 스리백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것도 모자라 선발에는 처음 태극마크를 단 윤빛가람(경남), 조영철(니기타), 김영권(도쿄) 등 젊은 피를 기용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알 사드)에겐 스리백 중앙 수비수의 새로운 역할을 줬다.

그리고 이날 한국 대표팀은 이 미래의 주역들이 데뷔 골을 펑펑 터뜨리며 나이지리아를 무너뜨렸다. 4만여 명이 운집한 수원 구장은 뜨겁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20살인 윤빛가람은 경남에서 조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조광래의 아이들'로 후반 출전이 예상됐지만 이영표(알 힐랄), 기성용(셀틱), 최효진(서울)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의 축을 담당했고 맹활약했다.

전반 5분 페널티 지역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날린 그는 전반 17분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던진 스로우인을 받은 뒤 몸을 돌려 그대로 상대 문전 쪽으로 치고 나가 골키퍼를 앞에 두고 오른 발 강슛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강한 슛이 골키퍼 팔을 맞고 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전반 26분 나이지리아 피터 오뎀윙기에(모스크바)에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45분 최효진이 페널티 지역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절묘한 스루 패스를 받아 한 차례 드리블을 친 뒤 두 명의 수비수 사이로 슛을 해 한국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조 감독은 후반 들어 박지성, 박주영(모나코) 등 월드컵 멤버들을 빼고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 홍정호(제주)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고 이들은 거칠게 밀어 붙이는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굳게 리드를 지켰다.

이날 하프타임에 이운재(수원)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중 대표팀에 남아 있는 선수는 박지성, 이영표 둘뿐. 하지만 이날 선수들의 활약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수원=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수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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