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롤러코스터] 다혈질 로페즈 기 죽인 ‘이강철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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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일 07시 00분


“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더워요. 여기저기서 폭염주의보 날아다녀요. 전력 사용량도 연일 신기록이래요. 그러나 덕아웃은 달라요. 살얼음을 걷는 듯한 순위 싸움으로 더울 시간 조차 없어요. 야구장은 시원해요. 롤러코스터를 타면 더 그래요.

심판 판정에 뿔난 로페즈, 제정신 아니에요…덕아웃 말려도 소용없어요

이강철 코치 “따라 나와” 한마디에 정신 번쩍!…벌금이상의 효과봤어요

○한화, 고도의 심리작전?

7월 31일, 프로야구 트레이드 마감시한이었어요. 얄궂은 운명인지 30일부터 마침 잠실에서 한화, 두산 붙었어요. 두 팀 트레이드 얘기는 직전 3연전 때 양 팀 감독이 전화통화한 게 알려지면서 스멀스멀 피어올랐어요. 감독들 입 모아 “아니다”라고 못 박았지만 소문은 더 커졌어요. 하지만 얘기만 살짝 나왔다가 쏙 들어간 걸로 결론 났어요.

불똥은 엉뚱한데서 튀었어요. 두산 선수들, 3연전 내내 ‘싱숭생숭’이었어요. 한화 선수들이 두산 라커룸에 찾아와 트레이드 될 선수들 이름까지 거론하며 마음 뒤흔들었어요. 우연인지 실력인지 두산이 때마침 동네북 한화에 2패 했어요. 그러고 나서 마감시한이 지난 8월 1일에야 극적인 끝내기안타로 겨우 승리 거뒀어요.

두산 입장에서는 “한화의 심리작전에 말렸다”는 불평이 나와요. 무엇보다 ‘발 없는 말 천리 간다’지만 트레이드는 성사되기 전까지는 죽든 살든 내부에서 복작거려야 돼요. 외부로 새는 즉시, 물 건너간 거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한화 달라요. 유언비어였지만 선수단 전원, 알고 있었어요. 한화는 현장, 프런트 구분 없이 막역한 사이로 유명하지만, 밖으로 새서는 안 될 ‘기밀’까지 공유하는 건 과도해요. 늘 ‘앓는 소리’로 선수구걸하는 것도 모자라서 말이에요.

○순한 양으로 변신한 로페즈

KIA 로페즈 1일 SK전에 선발 등판했어요. 종범신이 2회 적시타 날리며 무려 119일 만에 승리 기회 잡았어요. 가슴은 콩닥콩닥, 그런데 시베리안허스키 스트라이크존이 계속 좁게 느껴져요.

결국 4회 자기도 모르게 폭발했어요. 구심을 거칠게 쏘아보며 온 몸을 다해 항의했어요. 가까스로 이닝 마치고 덕아웃에 돌아왔지만 화가 안 풀려요. 얼마 전 의자 집어 던졌다가 500만원 벌금 낸 아픔을 기억하기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에요. 야단치는 이강철 투수 코치, 말리는 서재응도 안중에 없어요.

그러나 순간 “너 따라 나와!”라는 날카로운 한마디에 몸이 굳어요. 공격 끝나면 공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인데 복도로 따라 나오래요. 순간 몸이 굳어요. 이강철 코치, 로페즈 끌고 나가 한바탕 쓴 소리를 퍼부었는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아무튼 단단히 야단쳤어요.

로페즈, 드디어 정신이 번쩍 들었나 봐요. 마운드 다시 올라가 7회까지 안타 하나도 안 맞고 쌩쌩 던져요. 달래도보고 벌금도 때려봤던 로페즈, 결국 이 코치의 카리스마 앞에 순식간에 순한 양으로 변신 했어요.

○명불허전 ‘엘 꼴라시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레알 마드리드 대 FC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가 있다면 한국 프로야구에는 LG-롯데의 ‘엘 꼴라시코’가 있대요. 왜 ‘꼴’자가 붙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거에요. 7월30일∼8월1일 사직 3연전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몸으로 보여줬어요. 첫 끗발부터 홈런 5방 포함해 양 팀 합쳐 39안타를 쏟아냈어요.

롯데는 시즌 최다인 17점을 냈고, 5회 이미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했어요. 홍성흔은 100타점을 돌파했어요. LG는 팀 2300호 홈런이 나와요. 둘째날에도 양 팀 거뜬히 24안타를 합작했어요. 오지환은 홈런 2발로 유지현 이래 11년 만에 LG의 두 자릿수 홈런 유격수가 됐어요.

1일 LG 봉중근 대 롯데 사도스키, 에이스들도 ‘엘 꼴라시코’의 위력 앞에 기를 못 폈어요. 홍성흔이 홈런 2방을 터뜨린 롯데가 6안타 5득점으로 11안타 3득점에 그친 LG를 사흘 연속 잡았어요.

‘엘 꼴라시코’는 스포츠 최고 묘미인 역전에 재역전을 정신없이 보여주는데 왜 끝나면 허탈할까요? 30일 1회 롯데 강민호가 만루홈런을 치니까 LG 덕아웃에서 이랬대요. “괜찮아, 10점 승부야!” 선수도, 팬도 알아요. ‘엘 꼴라시코’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거 말이에요.

○롯데 징크스는 다승이가 깼다?

롯데 송승준이 득남하고 첫 등판인 31일 LG전에서 7.1이닝 3자책 퀄리티스타트 역투로 승리(9승)를 챙겼어요. ‘만원관중 오면 못 이긴다’,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으면 진다’는 징크스도 다 깨서 기쁨 곱빼기에요. 그래서 구단에선 ‘다승이(아기의 태명)가 복덩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그런데 뒷담화를 긁어모아보니 정말 다승이가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아요. 부인이 산통이 유독 심해서 사흘을 대기했데요. 잠도 제대로 못자서 사람이 셋으로 보일 지경이었나봐요. 등판 전날인 30일 아기가 태어나 겨우 눈 좀 붙이고 나왔겠지만 정상이었겠어요? 비몽사몽(?)으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롯데 감독님은 늘 그렇듯 “인코스! 인코스!”를 외쳐요.

포수 강민호도 송승준도 지시대로 몸쪽에 찔러 넣으려는데 공이 말을 안 들어요. 가운데로 몰리고 바깥쪽으로 빠지고…. 그런데 웬걸? LG 타자들이 못 쳐요. LG 타자들도 인코스만 입력하고 잔뜩 노리고 나왔는데 엉뚱한 데로 공이 가니까 시험범위 바깥 상황이 연출된 거예요. 아무래도 롯데 구단은 다승이를 위해 아기용품이라도 보내줘 사례해야 될 것 같아요.

○넥센, 물총으로 더위·스트레스 훨훨

지난 주말 대구 날씨 무척 더웠어요. 토요일까지 연패 중이었던 넥센 선수들은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열 불 나요. 그런 선수들 마음 헤아렸는지 센스 있는 팬이 선물 줬어요. 물총 한 개가 라커룸에 들어왔어요.

약관의 고원준은 그렇다고 쳐요.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불혹의 이숭용까지 스나이퍼가 됐어요. 깔깔. 하하. 웃음바다에요. 처음에는 강정호한테 “너 몇 살이냐?”고 놀리던 무뚝뚝이 김성현도 가세해요. 이리 쏘고 저리 쏘고. 안 맞으려고 도망 다니면서도 표정은 환하기만 해요. 결국 김시진 감독까지 물총 잡았어요.

그 때 그물 너머로 바라보던 한 팬의 말이 걸작이에요. “감독님 저한테도 쏴 주세요.” 불장난, 물장난만큼 재미난 거 없잖아요. 물총 선물 덕에 잠시나마 시름 날린 넥센이었어요.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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