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세일’ 넥센, 일단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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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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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20일 넥센을 꺾고 프로야구 역대 최소인 86경기 만에 60승(승률 0.698)을 달성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 꿈의 7할 승률로 전반기를 마칠 수 있었다. 상대가 넥센이라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넥센은 그날 황재균을 롯데로 트레이드했다고 발표했다.》

넥센은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김시진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구단이 상의한 적은 없다”며 아쉬워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넥센은 21일 송은범이 선발로 나온 SK를 10-3으로 대파했고 22일 카도쿠라 켄마저 무너뜨리며 2연승을 거두고 꼴찌에서 탈출했다.

지난해 말 넥센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 장사를 했다. 팀의 간판이던 이택근, 장원삼, 이현승을 줄줄이 팔았다. 손에 넣은 현금만 55억 원. 1997∼1998년에 걸친 쌍방울의 대규모 세일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였다.

쌍방울은 1996년 2위, 1997년 3위에 오르며 돌풍을 이어갔지만 모기업이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으며 살림이 어려워졌다. 1997년 시즌 뒤 박경완을 9억 원에 넘긴 것을 시작으로 1998년 조규제, 김기태, 김현욱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을 총 35억 원과 맞바꿨다. 1998년 승률 0.468로 6위를 했던 쌍방울은 1999년에는 0.224라는 역대 두 번째 최저 승률을 기록했다.

올 개막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하위가 넥센의 몫이라고 전망했다. 1999년의 쌍방울처럼 2할대 승률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넥센은 지난해 승률 0.451로 6위였다. 올해는 23일 현재 0.398로 7위다. 순위가 한 계단 떨어졌고 승률은 0.053 줄었다. 하지만 쌍방울처럼 선수 세일 뒤 반 토막(0.468→0.224)이 나지는 않았다.

게다가 넥센을 떠난 선수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장원삼만 제 몫을 할 뿐 이택근과 이현승은 부진했다(표 참조). 삼성 내 최다승(9승)을 거두고 있는 장원삼도 넥센을 상대로는 1승 2패 평균자책 8.76으로 부진했다. 모든 구단이 트레이드를 할 때 가장 걱정하는 ‘부메랑 효과’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반면 이현승을 두산에 내주고 10억 원과 함께 받은 금민철은 팀 내 다승 2위(6승)로 활약했다. ‘임도 보고 뽕도 딴’ 형국이다.

선수 장사라는 비난과 이에 따른 구단 이미지의 추락을 손실로 따지지 않는다면 거액의 생계비까지 챙긴 넥센의 선수 세일은 현재까지는 남는 장사로 보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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