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살살 쳐라. 그러다 또 트리플 크라운 먹겠다.” “일본 가자마자 그렇게 잘하는 네가 최고지. 잘나갈 때 몸조심해라.” 때론 티격태격, 때론 다정다감. 둘의 관계가 그렇다. 28세 동갑내기 거포 김태균과 이대호.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둘은 요즘도 종종 통화를 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둘은 현재 한일 양국 롯데의 4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김태균은 올해 일본 롯데에 입단하자마자 4번을 꿰찼고 이대호는 한국 롯데의 부동의 4번 타자다.》
두 친구는 전반기 내내 양국 프로야구를 지배했다. 김태균은 퍼시픽리그 타점 1위(73점)와 홈런 3위(18개)에 오르며 해결사의 몫을 해냈고 이대호는 홈런(28개)과 타율(0.359) 1위, 타점 2위(84점)를 기록하며 생애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고 있다.
○ 간결한 스윙 vs 부드러운 스윙
둘에게 상대방의 장점을 물었다. 입을 맞춘 듯 선구안이라는 답이 나왔다.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으니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원하는 공을 칠 수 있다는 것. 이 밖에 이대호는 김태균의 간결한 스윙을 꼽았다. 이대호는 “나는 공을 앞에서 치지만 태균이는 몸에 붙여서 치는 스타일이다. 공을 끝까지 보기 때문에 변화구가 좋은 일본 투수를 상대해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 일본 투수들의 견제가 장난 아니던데 그걸 이겨낸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이대호에 대해 “타이밍이 좋고 공에 힘을 싣는 법을 아는 것 같다. 대호처럼 힘 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쳐야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데 나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둘은 서로의 활약을 자극으로 삼고 있었다.
○ 절친이냐 라이벌이냐
항간에는 둘이 썩 친하지 않다는 소문도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둘은 연봉 등을 두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김태균이 “40홈런이 목표”라고 하면 이대호가 “그럼 나는 50개”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2007년 연봉 협상 때는 김태균이 이승엽(요미우리)이 보유하던 7년차 최고 연봉 기록을 3억1000만 원으로 경신하자 이대호는 곧바로 3억2000만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너라면 당장이라도 통해 대호야 일본서 함께 뛰자” “타국서 아프면 너무 서러워 태균아 제발 다치지 마라”
하지만 둘은 “주위 사람들이 라이벌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그렇지 우린 안 친한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둘의 스타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 190cm가 넘는 이대호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 수다스럽다. 반면 김태균은 과묵한 듯하면서 은근히 웃기는 캐릭터다. 2000년 청소년 대표팀 동기 정근우(SK)가 분위기 메이커로 끼면 최강의 친구 세트가 완성된다. ○ “대호야, 일본에서 같이 뛰자”
최근 들어 김태균은 이대호에게 “일본에서 야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는 일이 많아졌다. 언제나 잘 칠 수는 없지만 항상 잘 쳐야 한다는 각오로 야구에 매달리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기 때문. 이대호는 “태균이가 자신이 용병이 돼 보니 용병 심정을 알겠다며 우리 팀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좀 잘해주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그는 “밖에 나가서 아프면 얼마나 서럽나. 야구 잘하는 것도 좋지만 제발 다치지 말고 야구하라고 얘기해 준다”고 했다.
김태균은 “대호가 언젠가 자유계약선수가 되면 일본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언제든지 와도 통한다. 제발 일본에 와서 나와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이 함께하면 그 누구도 무섭지 않은 친구. 바로 그 친구들의 모습을 2년 뒤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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