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저비터 16강’의 추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4일 2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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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남아공 프리토리아 로프투스 페르스펠트 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 알제리의 C조 조별리그 최종전.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스코어는 0-0. 같은 시간 잉글랜드는 슬로베니아를 1-0으로 이기고 있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난다면 잉글랜드와 슬로베니아가 16강에 진출하고, 미국은 탈락하는 상황.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추가 시간 1분 미국의 클린트 뎀프시가 날린 슈팅을 알제리 골키퍼가 막아내자 랜던 도노반이 번개같이 달려들며 다시 차 넣었던 것. 미국은 이 골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고, 슬로베니아는 다잡았던 16강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월드컵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버저비터 16강'이 종종 일어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노르웨이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다.

노르웨이가 브라질과의 경기를 앞두고 거둔 성적은 2무. 같은 조의 모로코가 1승 1무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르웨이는 브라질을 일단 이겨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티켓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모로코가 스코틀랜드를 앞서나가면서 노르웨이는 초조해졌다. 후반 23분에는 브라질의 베베토에게 한 골을 허용해 패색이 짙어졌다. 경기가 그대로 끝난다면 1승 1무 1패를 기록한 모로코가 2무 1패의 노르웨이를 조 3위로 밀어내고 16강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던 것.

노르웨이의 추격은 토레 안드레 플로가 동점골을 넣은 후반 38분부터 시작됐다. 5분 뒤에는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브라질 수비수가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켸틸 레크달이 침착히 차 넣어 2-1 승리를 거뒀던 것. 이 한 골로 모로코는 스코틀랜드를 3-0으로 이기고도 탈락했고, 노르웨이는 1승 2무(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과 16강에서 맞붙는 우루과이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역사를 갖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루과이가 만들어낸 기적의 상대는 한국이었다.

1무 1패로 E조 3위를 기록하고 있었던 우루과이는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국을 상대로 꼭 이겨야 했다. 하지만 2패를 당한 한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윤덕여가 후반 25분 퇴장당해 10명으로 싸웠지만 우루과이의 파상 공세를 잘 막아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스코어는 0-0이었지만 우루과이는 후반 45분 다니엘 폰세카가 극적으로 헤딩슛으로 한국 골네트를 흔들며 승리를 거뒀고, 각조 3위 6팀 중 상위 4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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