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원정 16강] “90분경기 900분으로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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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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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태극전사들  드디어 해냈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혈투가 끝난 뒤 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더반=전영한 기자
환희의 태극전사들 드디어 해냈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혈투가 끝난 뒤 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더반=전영한 기자
■ 태극전사 말말말
<주장 박지성, 16강 진출 어려움 새삼 깨달았다며…>

“주영 ‘형 괜찮아’위로가 큰 힘”
< 김남일, 페널티킥 반칙후 후배들이 고맙다며…>

“실수했을 때 아빠 - 범석 생각”
<차두리, 첫번째 골 허용 아찔한 상황 떠올리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던 태극전사들은 23일 나이지리아와의 혈투가 끝나자 그간의 마음고생들을 풀어냈다. 이들은 16강 진출의 공을 동료에게 돌리고, 동료의 실수는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단단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주장이란 직책이 단순히 왼팔에 완장을 차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때는 막내여서 선배들이 하는 대로만 따라갔다. 그러나 이번에 주장을 맡으면서 당시 선배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깨달았다”며 그동안 참고 견뎌냈던 정신적 고통을 털어놨다. 아르헨티나에 1-4로 패배한 뒤 땅에 떨어진 팀 분위기를 추스른 것도 그의 몫이었다. 박지성은 “대패를 했기 때문에 국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다행히 국내 기사 등 외부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아 선수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며 “나이지리아전에서는 90분 경기가 900분으로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너무 안 갔다.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뻤고, 16강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이 자책골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게 도와줬다.”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넣으며 부진을 털어낸 박주영은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 나 또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뛰었다”며 “덕분에 자책골에 대한 마음고생은 경기 다음 날 털어낼 수 있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새 목표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동료의 실수는 자신의 탓이었다. 이정수의 동점골을 도운 기성용은 “내가 상대 선수를 제대로 못 막아서 주영이 형이 자책골을 넣은 것”이라며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자연스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페널티킥을 내준 김남일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 심정을 고백하며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내가 안정적으로 볼을 처리했어야 했다. 반칙할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실수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울고 싶었다”며 “(박)주영이가 ‘형, 괜찮아요’라고 위로해줘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로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다독거려야 했는데 오히려 후배들의 위로를 받는 처지가 됐다. 후배들이 너무 고맙다”고 덧붙였다.

문전으로 파고드는 선수를 막지 못해 선제골을 허용한 차두리도 “선제골을 허용하는 순간 (오)범석이와 해설을 하시며 지켜보고 계실 아버지가 생각났다”며 “범석이 대신 출전했는데 미안한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뛰었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팀 전체가 컨트롤을 잘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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