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친구야 잘 뛰었다” 테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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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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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스 맨유시절 소문난 절친
공교롭게 월드컵서 맞붙어

한국의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스페인어를 잘 못한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26·맨체스터 시티)는 아직 영어가 서투르다. 하지만 맨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지난해 초까지 그들은 만나기만 하면 쉴 새 없이 농담을 하고 장난을 쳤다. 언론은 그 광경을 미스터리라고 표현했다.

형제처럼 지내던 둘은 지난해 ‘생이별’을 했다. 맨유에서 웨인 루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의 주전 싸움에서 밀린 테베스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것이다.

둘은 지난해 9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더비에서 처음 적으로 만났다. 두 명 모두 무난한 활약. 현지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두 명 모두에게 나란히 평점 7점을 줬다.

올해 1월에는 두 팀이 칼링컵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박지성이 출전하지 않은 준결승 1차전에서 테베스는 동점골과 역전골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준결승 2차전에서도 테베스는 한 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두 경기 모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결승에 진출한 것은 2차전에서 3-1로 이긴 맨유였다.

하지만 둘이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친 것은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B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였다. 박지성은 한국의 캡틴으로, 테베스는 아르헨티나의 주 공격수로 경기에 나서 국가의 명예를 걸고 싸웠다. 박지성은 14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테베스에 대한 질문에 “싸우는 상대에게 할 말이 없다. 테베스는 기록적으로 세계 최고의 스타이며 우리에게 위협적인 상대다”라고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 명확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테베스 역시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수비수들에게 박지성을 막을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맞섰다.

그렇지만 그들은 역시 ‘절친’이었다. 경기 시작 직전 양 팀 선수들이 악수를 할 때 한국 팀의 선두에 섰던 박지성은 아르헨티나 선수 중 마지막에 서 있던 테베스와 포옹을 하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박지성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몸놀림 속에서도 전반 14분 슛을 날리며 선전했고, 테베스 역시 날카로운 슛으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마지막에 웃은 것은 테베스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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