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르헨에 1 : 4 패…나이지리아 무조건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7일 22시 51분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전후반 90분 넘도록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라운드를 누빈 태극전사들은 종료 휘슬에 탄식을 터뜨렸다. 밤이 깊도록 전국 방방곡곡에서 붉은 물결을 이루며 열띤 응원을 펼친 4900만 국민들은 안타까운 패배 속에서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대한민국-아르헨티나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7위 한국은 영원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7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4로 졌다. 한국은 몸값이 1192억 원에 이르는 라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한 아르헨티나에 초반 흐름을 내줬다. 전반 17분 메시의 프리킥이 박주영의 오른쪽 정강이에 맞고 골대로 들어가 자책골로 선취점을 빼앗겼다. 전반 33분에는 곤살로 이과인에게 헤딩슛을 허용했다.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는 이청용이 되살렸다. 이청용은 전반 추가 시간에 상대 수비 실수를 틈타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들어 한국은 줄기차게 아르헨티나 문전을 위협했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다 결국 후반 31분과 35분 이과인에게 연이어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과인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첫 대결이던 1986년 멕시코 대회 때 당한 1-3의 완패를 설욕하는 데 실패했다. 24년 전 당시 '너무 긴장… 제 실력도 못냈다'던 본보 보도처럼 중압감에 시달렸던 선배들과는 달리 이날 후배들은 당당히 맞섰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어도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강했다. 해발 1753m의 고지대와 영하에 가까운 체감 온도 속에 탄탄하던 한국의 수비는 위력을 잃었다.

이청용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1세 104일의 나이로 결승골을 터뜨린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월드컵 두 번째 최연소인 21세 109일로 골을 기록하며 차세대 스타다운 면모를 보였다. 새 수문장 정성룡도 수차례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승점 3점(1승 1패)에 머문 한국은 23일 오전 3시 30분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나이지리아를 꺾고 승점 6점(2승 1패)을 확보하면 그토록 열망하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티켓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운명을 가를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 총력전을 다짐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강호로 꼽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허술한 조직력과 단조로운 공격 루트를 드러냈기에 승산은 충분하다.
아직 실망하거나 고개를 숙일 때는 아니다. 분위기를 추슬러 16강을 향한 마침표를 대비해야 한다. 더 큰 격려와 함성만이 그들에게 힘이 된다. "대~한민국."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