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 어머니 “아들 유럽에서 뛰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7일 20시 52분


"아이고 한국에서 오셨어요. 정말 반가워요."

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한국 식당 아리랑. 북한 축구대표팀 '인민 루니' 정대세(가와사키)의 어머니 이정금 씨(59)는 동아일보 기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북한 응원단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가던 이 씨는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정대세에 대해 얘기를 하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세 자녀 중 막내인데 걔가 이렇게 월드컵에서 잘 해주니 너무 기뻐요. 어제 브라질에 지고 울었는데 왜 울었냐고 했더니 이렇게 큰 무대에서 뛴 게 너무 기분이 좋아 울었다고 하네요. 정말 자랑스러워요."

이 씨는 "솔직히 자신이 책임지고 골을 넣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분한 점도 있었을 텐데 다음 경기에 집중한다며 그런 얘기를 안 한다"라며 듬직한 막내아들이 믿음직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씨는 북한이 16강에 오른다고 자신했다. "우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이탈리아 등 강적들을 물리쳤어요. 브라질에 졌지만 코트디부아르와 포르투갈은 꼭 이길 거예요. 한국 팬들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정대세가 한국이 자신을 대표로 뽑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남과 북이 함께 월드컵에 출전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말한 것일 겁니다. 정대세는 한국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곧 통일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평소 유럽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아들의 꿈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유럽이 축구의 대륙이잖아요. 아들이 축구를 하는데 유럽에서 한번은 뛰어봐야 하지 않겠어요. 전 세계 유명 구단 관계자들이 많이 월드컵을 보러 오니 우리 아들 꼭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정대세의 아버지 정길부 씨(69)는 몸이 좋지 않아 이번에 오지 못했단다. 이 씨는 "한국과 북한이 모두 16강에 올라 한민족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떨쳤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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