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월드컵]지구촌 축제 오늘 개막 “우리는 16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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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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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라! 묶어라! 흩뜨려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8%가 한국의 16강 진출을 예상했다. 반면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영국 캐스트롤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27.5%로 아르헨티나(79.2%), 나이지리아(47.0%), 그리스(46.2%)에 비해 훨씬 낮았다. 비록 확률은 4개국 가운데 최하위지만 공은 둥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올해보다 낮았지만 한국은 4강 신화를 달성했다. B조에서 한국과 16강을 다툴 3개국의 전력을 살펴본다.》

12일 그리스 (오후8시30분)
장신수비… 스피드로 돌파하라

첫 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한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해 그리스는 반드시 꺾어야 할 제물이다.

한국이 8회(7연속) 본선 진출을 자랑하는 데 비해 그리스의 월드컵 본선은 이번이 2번째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이 처음이었고 3전 전패에 무득점 10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탈락했다. 그런 그리스가 세계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 그리스는 견고한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을 앞세워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리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고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쇠락의 길을 걸었다.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지역 예선에서 조 편성 덕을 크게 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성기 같지는 않지만 그리스는 여전히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과 세트 플레이에 의한 실리 축구를 구사한다. 다른 두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만한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예선에서 그리스가 얻은 21골 가운데 10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한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프랑크푸르트)를 경계해야 한다.

그리스는 지난달 26일 북한과의 평가전을 2-2로 비겼다. 장신 수비수들이 질식 수비를 펼쳤지만 북한의 정대세, 홍영조 등 빠른 공격수들에게 쉽게 뚫렸다. 2골을 넣은 정대세는 “그리스 수비수들이 느리기 때문에 이청용 박지성 등 빠른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년 만의 출전이라 선수들이 월드컵 경험이 없다는 것도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17일 아르헨티나 (오후8시30분)
막강화력… 메시의 발을 묶어라

아르헨티나는 남미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답지 못했다. 결국 2008년 11월 알피오 바실레 감독이 물러났고 디에고 마라도나가 사령탑을 맡았다. 마라도나 역시 저조한 성적으로 자질 논란에 휘말렸지만 4위에 턱걸이하며 간신히 본선 티켓을 얻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르헨티나는 안정을 찾았다. 지역 예선과 달리 평가전에서는 상승세가 뚜렷하다.

마라도나 감독은 “이번 멤버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 멤버보다 수준이 높다”고 자신만만해한다. 그의 말대로 객관적인 전력만 본다면 아르헨티나는 우승까지 노릴 만하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를 정점으로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디에고 밀리토(인터 밀란), 세르히오 아궤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노장 마르틴 팔레르모(보카 주니어스)까지 가세한 화려한 공격진은 우승 후보 0순위 스페인을 능가한다.

메시는 최근 자체 청백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소속 팀에서 중앙과 측면 미드필더를 맡아온 그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투톱 스트라이커로 기용되면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확정하고 이과인과 밀리토의 투톱 조합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레알 마드리드의 기술고문 지네딘 지단은 “메시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끈으로 묶어놓는 것”이라고 했다. 소속 팀에서는 펄펄 날았던 메시는 예선 18경기에선 4골에 그쳤다.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지는 그를 한국의 수비진이 끈으로 묶어놓듯 봉쇄할 수 있을까.

23일 나이지리아 (오전 3시 30분)
리듬을 깨뜨려라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손꼽히는 전통의 강호다. 아프리카 대륙선수권대회인 네이션스컵에서 2차례 우승했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정상에 올랐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고 2승 1패, 조 1위로 16강에 올라 세계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2회 연속 16강에 올랐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1무 2패, 조 최하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아예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슈퍼 이글스’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지역적인 어드밴티지가 있긴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3개월여 남겨 놓고 스웨덴 출신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을 선임하는 등 준비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그렇지만 늘 조직력보다 선수들의 고유한 탄력을 이용한 플레이는 위협적이다. 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크게 당할 수도 있는 게 아프리카 팀이다. 나이지리아는 6일 평가전에서 북한을 3-1로 꺾었다. 도깨비 같은 팀을 마지막에 만나게 된 것은 한국에는 잘된 일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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