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원하면 야구장도 “다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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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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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 바비큐존 - 그린존
여성 위한 파우더룸도 설치

“팬을 위해서라면 팬티쯤이야.” SK 이만수 수석코치는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면 팬티 바람으로 그라운드를 달리겠다던 약속을 지켜 스포테인먼트의 상징이 됐다. 2007년 5월 26일 KIA와의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이 만원을 이루자 팬티 차림으로 그라운드에 선 이 코치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팬을 위해서라면 팬티쯤이야.” SK 이만수 수석코치는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면 팬티 바람으로 그라운드를 달리겠다던 약속을 지켜 스포테인먼트의 상징이 됐다. 2007년 5월 26일 KIA와의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이 만원을 이루자 팬티 차림으로 그라운드에 선 이 코치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타디움 아닙니다. 볼 파크입니다.”

SK 구단에 마케팅 전략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말해 달라고 하자 ‘볼 파크’란 얘기가 나왔다. SK의 안방인 인천 문학구장은 그저 경기만 관전하는 스타디움이 아니라 소풍을 즐기듯 야구를 볼 수 있는 놀이터라는 의미다. 경기(스포츠) 말고도 즐길 거리(엔터테인먼트)를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게 SK 마케팅의 핵심. 이른바 SK가 말하는 ‘스포테인먼트’다. 많은 관중을 유치하려면 경기 외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SK는 그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에서 찾은 것이다.

문학구장에는 다른 구장에 없는 것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야에 있는 바비큐존이다. 소풍 기분을 내듯이 바비큐를 먹으면서 야구를 볼 수 있는 구역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지난해 처음 마련된 뒤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삼겹살이나 소시지 등의 음식이 아예 구워져 나와 직접 요리해 먹는 재미가 없다는 팬들의 지적이 일부 있었다. 그러자 SK는 올 시즌부터 관중이 자리에서 직접 음식을 구울 수 있도록 바비큐존에 전기 조리시설까지 설치했다. 팬들이 원하면 바꿀 수 있다는 게 SK 마케팅의 핵심이다.

올 시즌에는 그린 스포테인먼트를 위해 좌익수 쪽 외야에 그린존이 새로 생겼다. 그린존은 실제 소풍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잔디밭에 누워 야구를 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토요일 홈경기 때마다 있는 불꽃축제는 문학구장을 찾는 야구팬뿐 아니라 인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경기가 끝나면 야구장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전광판 뒤에서 화려한 불꽃이 솟구친다. 올 시즌 처음 설치한 파우더룸도 여성 팬을 끌어 모으려는 섬세한 마케팅 전략에서 나왔다. 여성 팬이 화장을 고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둔 곳은 문학구장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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