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에도 담담… ‘당당 18세’ 이정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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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 울렸던 겁없는 신인, 두산매치플레이 정상에

수십 차례 우승한 베테랑 박세리(33)에게도 여전히 우승은 감격에 겨운 일이다. 지난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벨마이크로 클래식에서 3년 만에 우승한 뒤 박세리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앳된 얼굴의 ‘무서운 신인’은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하고도 울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너무 얼떨떨했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샴페인 세례까지 받아 더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우승 소감은 더 당찼다. “우승 순간 타이거 우즈처럼 어퍼컷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홀(17번홀)에서 컨시드를 받는 바람에 세리머니를 못해 아쉬웠어요.”

18세 신예 이정민(삼화저축은행·사진)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유일한 매치플레이 대회인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매치 퀸’에 등극했다.

23일 춘천 라데나CC(파72)에서 열린 결승전. 국내 투어 1인자 서희경(24·하이트), 김영주골프 여자오픈 챔피언 이보미(22·하이마트)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결승에 오른 이정민은 마지막까지 거칠 것이 없었다. 경험이 풍부한 문현희(27·하나금융)를 상대한 그는 마지막 홀을 남기고 3홀 차 승리를 거둬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으로 1억 원을 받은 이정민은 데뷔 첫해에 상금(1억5800만 원)과 신인상 포인트 부문(445점)에서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정민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서희경과의 32강전을 꼽았다. 21일 열린 이 경기에서 이정민은 16번홀까지 동타를 이룬 뒤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서희경을 무너뜨렸다. 이정민은 “국내 1인자인 서희경 언니와 단둘이서 18홀을 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았다. 승부를 의식하지 않고 라운드 내내 정말 즐겁게 쳤다”고 했다.

강심장인 그는 좋은 체격 조건(173cm, 63kg)을 갖춰 신지애와 서희경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70야드나 되는 장타자인 데다 2번 아이언도 자유자재로 다룬다. 박재영 삼화저축은행 단장은 “쇼트 게임과 퍼트 등을 좀 더 가다듬으면 서희경, 유소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은 “1승을 했으니 2승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또 이보미 언니처럼 항상 톱 10에 드는 꾸준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 4위전에서는 이보미(하이마트)가 조윤지(한솔)에게 4홀을 남기고 5홀 차로 완승을 거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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