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이)대호 형, 형이랑은 다른팀이지만 인연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데뷔(2006년) 할 때는 MVP 경쟁자였고, 국가대표에서도 같이 뛰었고…. 결혼생활은 잘 하고 있죠? 예전에는 같이 밥도 먹고 그랬는데 요즘은 집에 빨리 가더라고요. 결혼 하니 좋은가 봐요. 아니 그런데 대체 내공은 왜 그렇게 잘 치는 거예요? 형만 만나면 많이 맞았던 것 같아요. 내 성적을 위해서라도 빨리 해외 진출했으면 좋겠어요. 물어볼 게 참 많네요. 자, 이제 시작 할께요.(4월 18일 청주구장)
● 이대호=(김)상현이 너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서, 네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날 찍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나를 택했구나. 하하. 현진이랑은 MVP 경쟁을 하면서 친해졌고, 대표팀 유니폼을 같이 입고 올림픽 때도 같은 아파트에 묵으면서 더 많이 알게됐지. 최고투수이면서도 언제나 겸손할 줄 알고 얼마나 착한지. 넌 참 좋은 동생이라고 생각한다.(4월 21일 사직구장) 도대체 제 볼은 왜 그렇게 잘 치는 겁니까? “하하, 네가 살살 던져주는거 아냐?”
한화 류현진(23)과 롯데 이대호(28), 국가대표팀에서 공수의 핵으로 영광과 환희의 순간을 함께 했던 두 사람이 ‘선수가 선수에게 묻는’ 릴레이 인터뷰 4회를 통해 만났다. 이대호는 류현진이 인터뷰 상대로 자신을 선택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을 정도로 두 사람은 ‘소문나지 않은’ 절친. 훗날 사돈을 맺으면 어떻겠냐는 류현진의 질문에 이대호는 흔쾌히 그러자며 돈독한 우의를 보였다. 이대호는 5회 인터뷰 대상자로 류현진과 함께 ‘정말 아끼는 동생’이라며 삼성 투수 장원삼(27)을 지목했다.
-대호 형, 물론 다른 투수들 공도 잘 치지만 도대체 제 볼은 어떻게 그렇게 잘 치시는 거예요? 이게 무엇보다 가장 궁금해요.
“베이징올림픽에 가기 전에 너한테 홈런 두개를 치면서 타격감이 살아났던 게 떠오른다. 내가 잘 치기 보다는 네가 친한 형이라고 살살 던져주기 때문이 아닐까. 네 볼은 무섭지만 친한 동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타석에 서면 마음이 편해서 그런 건가. 아무튼 넌 제일 좋은 볼을 갖고 있잖아, 날 무서워하지 마.” (이대호는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통산 47타수 18안타, 타율 0.383에 4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이면 FA잖아요. 해외에 나가실 생각은 없으세요? 저한테 강하니까 전 개인적으로 빨리 나갔으면 좋겠는데…. (웃음)
“아직은 2년이나 남아 있고(이대호는 2011시즌을 마쳐야 완전한 FA 자격을 얻는다), 롯데에 정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쉽게 외국에 나가겠다, 그런 말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FA가 된다고 해도 국내에선 롯데 말고 달리 생각해본 팀도 없고,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지. 언젠가 팀을 우승시키고 마음 편하게 한번 외국 진출을 노려볼 마음도 있어.”
-신혼생활은 좀 어떠세요?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귀가를 빨리 하시는 것 같던데 형수가 무서운지….
“결혼하니까 너무 좋지. 너도 빨리 장가 가라. 지난번 대전에서 밥 한번 먹자고 했더니, 선발 등판이란 핑계로 연락도 안 하고, 너 많이 컸더라. 하하. 와이프가 무섭냐고? 그럴 리가 있나. 사랑하고 아끼고 서로 존중하지. 원정도 많은데, 홈 게임 할때라도 나를 혼자 기다리는 아내를 위해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야.”
-아기는 몇 명이나 나을 예정이세요? 아들 낳으면 야구 시킬 생각은요? 제가 결혼해서 아기 낳으면 저랑 사돈을 맺을 생각은 없으세요?
“좋은 생각이다. 내가 아들 놓고 네가 딸 낳으면, 우리 사돈 맺자. 내 딸, 네 아들도 좋고. 너 정도면 충분히 사돈 맺어도 좋지, 당연하지. 아들 하나, 딸 하나는 꼭 두고 싶어. 아들만 계속 낳는다면 딸 하나 낳을 때까지 낳아야지. 야구? 글쎄, 본인이 하고 싶다면 당연히 시키겠지만 억지로 시킬 마음은 없어.”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주루플레이를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요. 슬라이딩도 하고 그러던데 왜 그렇게 바뀐 건가요?
“바뀐 건 아니고. 사실 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 언제나. 그런데 1점을 얻는 것보다 부상을 당해 게임에 빠지면 그게 팀에 더 마이너스가 되니까 조심할 뿐이지. 코칭스태프도 내게 그렇게 말씀하시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게임 하다보면 안 그렇게 될 때도 있어, 알잖아.”
-부산은 정말 야구 열기가 대단하잖아요. 저도 사실 대전에서는 택시비 안받는 분도 있는데, 부산에서 받아 본 가장 뿌듯한 대접은 무엇이었나요?
“부산도 부산이지만, 마산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 결혼하기 전에 갈비집에서 아내랑 처제랑 소갈비를 먹고 있었는데, 중학생 아들과 함께 있던 한 아저씨께서 사진 좀 같이 찍어달라고 하시더라고. 나도 기분 좋은 마음에 같이 사진 찍고 사인해주고 했는데, 아저씨 입장에선 아들한테 큰 희망을 줬다고, 정말 고맙게 생각하셨나봐. 그 테이블은 돼지갈비를 드셨는데, 소갈비 먹은 우리 테이블까지 계산을 다 해주고 가셨지.”
-2006년에 제가 정규시즌 MVP 받았을 때 형도 트리플크라운 했잖아요. 형도 충분히 MVP 받을 자격이 있었는데…. 속이 좀 쓰리지는 않았나요?
“솔직히 말하면 쓰렸다고 봐야지. 근데 네가 워낙 대단한 일을 했으니까. 너한테 MVP를 넘겨준 것보다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홈런이 30개가 안된다, 타점이 100개가 안된다며 트리플크라운을 한 내 성적을 깎아 내리는 평가였어. 그게 더 마음이 아팠지.” “마지막으로 요즘 한화 성적이 안 좋잖아. 롯데 꼴찌 할 때를 생각하면 그때 나도 너무 힘들었어. 현진이도 마음이 무거울텐데,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 거두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고. 형수가 집에서 식사 대접한다고 하더라. 약속 잡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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