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8일 저녁(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개막한다. 최고 권위 대회인 데다 섹스 스캔들 이후 골프를 중단했던 ‘황제’ 타이거 우즈(35·미국)가 이 대회를 통해 복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올해로 74회를 맞는 마스터스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1] 4차례 우승한 우즈, 컴백무대서도?
우즈는 마스터스와 인연이 깊다. 1997년 만 21세의 나이에 처음 그린재킷을 입은 뒤 2001, 2002, 2005년 등 총 4차례 우승했다. 1997년 역대 최저타 기록(18언더파 270타)도 세웠다. 5개월 만의 복귀 후 첫 무대이지만 많은 이가 우즈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영국 도박업체 윌리엄 힐은 우즈의 우승 가능성을 4 대 1로 가장 높게 예상했다. 정신상담의로 유명한 조 패런트 박사는 “우즈는 우승할 자신이 없으면 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다 우승자는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로 통산 6번 우승했다.
[2] 어니 엘스-앤서니 김 주목하라
우즈의 대항마로는 어니 엘스(남아공)가 첫손에 꼽힌다. 2000년대 들어 부진의 기미를 보였던 엘스는 올 시즌 CA챔피언십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연속 우승하며 절정의 샷 감각을 뽐내고 있다. 상금 랭킹과 페덱스컵 포인트, 평균타수 모두 1위다. 이미 두 차례 그린재킷을 입은 필 미켈슨과 전 세계 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이상 미국)도 우승 후보다. 직전 대회인 셸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한 ‘라이언’ 앤서니 김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3] 한국계 포함 코리아 군단 6명 도전
마스터스는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적은 100명 이하의 선수만 초청해 명인열전으로 불린다. 올해는 19가지의 까다로운 출전 기준에 따라 98명만 초청받았다.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로는 앤서니 김을 비롯해 최경주, 양용은, 나상욱, 안병욱, 한창원 등 6명이 나선다. 창설자인 보비 존스가 아마추어 골퍼였던 관계로 아마추어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 안병훈과 한창원은 각각 US아마추어선수권과 아시아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 자격으로 참가하게 됐다.
[4] 역대 최고 상금 경신할까
마스터스는 대회 시작 전에 총상금을 정하지 않는다. 매년 수익금에 따라 3라운드가 끝난 뒤 총상금과 우승상금 액수를 발표한다. 최근 마스터스는 매년 4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에 600만 달러 이상의 순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우승자 앙헬 카브레라는 135만 달러를 받았다. 올해는 150만 달러를 넘길지가 관심사다. 초대 대회였던 1934년에서 우승한 호턴 스미스는 상금으로 1000달러를 받았다.
[5] ‘아멘 코너’의 저주 누구를 울릴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골퍼들에게 유리알 그린과 함께 아멘 코너로 유명하다. 숲을 시계방향으로 끼고 도는 11∼13번홀을 일컫는데 공략하기가 너무 어려워 ‘아멘 코너’라고 불린다. 11번홀은 파4이지만 거리가 500야드를 넘고 그린 왼쪽에 커다란 연못이 자리 잡고 있다. 12번홀(파3)은 그린 앞 워터 해저드에 그린 앞뒤로 벙커가 있어 정교함이 요구된다. 13번홀(파5)은 2002년부터 티 위치를 20∼25야드 뒤로 당겨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리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아들 캐디로 나선 옛 탁구스타 안재형 씨
양탄자 같은 페어웨이 경탄 아들과 좋은 추억 만들래요
“출전만으로도 큰 영광이죠. 가슴이 뛰네요.”
명인 열전이라는 마스터스에 초청받은 안병훈(19)과 탁구 스타 출신 아버지 안재형 씨(45·사진). 대회 개막에 앞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안재형 씨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골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에 올랐다는 기대감이 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병훈은 지난해 8월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이번 대회에 초청을 받았다.
안재형 씨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이동통신사업을 하는 중국 탁구 대표 출신 아내 자오즈민 씨(47)와 모처럼 대회 현장에 동행했다. 온 가족이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안 씨는 이번 대회에 아들의 캐디를 맡아 호흡을 맞춘다. 5, 6일에는 연습 라운드를 함께하며 코스 적응에 나섰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정말 유명하잖아요.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소박하면서도 전통과 격조를 느낄 수 있어요.”
골프장 정문도 거창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하고 클럽하우스 겉모습도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는 게 그의 얘기. 하지만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의 얼굴 동판과 우승자 전용 라커룸 등에서는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대회 코스는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5개월 이상 골프장 문을 닫는다. 안 씨는 “페어웨이가 디벗 자국 하나 없을 만큼 매끈한 양탄자 같다”며 극찬했다. 유리알 같다는 빠른 그린 스피드에는 혀를 내둘렀다. “러프는 그리 길지 않아요. 그린이 너무 어려워요. 라인 읽기도 힘들고 3퍼트도 쉽게 나올 것 같아요. 대회 때는 더 까다로워진다고 하더라고요.”
안병훈은 7일 8년 연속 출전한 간판스타 최경주(40)와 연습 라운드를 하며 선배의 노하우를 배울 생각이다. 골프장 주변에는 암표를 구한다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몰려들어 대회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안병훈은 대회 전통에 따라 지난해 챔피언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와 한 조에 묶여 관심을 끌게 됐다.
안재형 씨는 “앞으로 전담 캐디를 쓰려고 한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스터스 캐디를 맡게 될 것 같다. 병훈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우즈, 5개월만의 복귀 기자회견▼
“잘못된 행동 반성 더 좋은 사람 됐다 빨리 티샷하고 싶어 우승할 자신 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가서 우승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의문의 교통사고 후 5개월 만에 필드에 복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복귀 무대인 마스터스 우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6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GC 프레스센터 1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즈는 약 35분간 간간이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사생활에 관한 질문에는 겸허한 태도를 보였으나 대회 예상을 묻는 질문에는 “그동안 전혀 경기를 뛰지 못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 어서 빨리 필드로 나가 티샷을 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마스터스를 복귀 무대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일찍 복귀하지 않은 것은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다.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땀을 흘리며 회견장에 들어선 우즈는 “오전 연습 라운드에서 많은 팬이 격려를 해주는 등 환영해 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그는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많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고 그들을 속였다”며 “그간 잘못된 내 행동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성 추문을 거듭 사과했다.
우즈는 또 “45일간 치료 시설에 있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며 이전보다 훨씬 좋은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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