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주말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간판 거포들의 방망이가 후끈 달아올랐다. 일본프로야구 롯데 4번 타자 김태균(28)은 3일 오릭스와의 방문경기에서 1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를 치며 절정의 타격 감각을 과시한 뒤 4일에도 5타수 2안타를 때렸다. 두산 4번 타자 김현수는 4일 SK와의 방문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 3점 아치를 그렸다. 전날 4타수 2안타에 이어 이날 5타수 2안타를 기록한 김현수는 8-0의 대승을 이끌었다. 중심 타자의 활약 속에 일본 롯데와 두산은 나란히 리그 선두로 나섰다.》 ▼일본에는 김태균▼
日진출 첫 홈런 등 3경기 연속 멀티히트 대폭발 롯데 리그 단독선두 견인… 타율도 3할대로 껑충
김현수
김태균은 지난달 20∼22일 열린 세이부와의 개막 3연전에서 13타수 1안타(타율 0.077)에 그쳤다. 사상 첫 개막전 6연타석 삼진이라는 불명예 기록도 세웠다. 예상 밖 부진에 많은 야구 전문가는 “시범경기를 통해 김태균의 약점이 간파된 것 같다”며 걱정했다. 반면 김태균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곧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김태균의 적응 기간은 짧았다.
김태균이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율을 3할대로 끌어올렸다. 3일 오릭스와의 방문 경기는 김태균을 위한 무대였다. 김태균은 솔로 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볼넷도 1개를 얻어 출루율 100%를 기록했다. 전날 44타석 만에 일본 진출 첫 홈런을 터뜨렸던 김태균은 9-4로 앞선 9회 오릭스 세 번째 투수 가토 다이스케의 빠른 공을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130m짜리 대형 홈런을 때렸다. 타율 0.300(40타수 12안타)을 채우는 홈런.
롯데는 김태균의 활약에 힘입어 2007년 7월 5일 이후 처음으로 퍼시픽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스포츠닛폰은 “마린스의 KO포가 오릭스를 KO시켰다”며 롯데 4번 김태균과 5번 오마쓰 쇼이쓰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KO포는 김태균과 오마쓰의 영문 이니셜이다. 오마쓰는 동갑내기 김태균을 팀의 1982년생 모임에 가입시키는 등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태균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쓰는 이날 투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김태균은 4일 오릭스와의 경기에서도 5타수 2안타를 때려 4경기 연속 안타 및 3경기 연속 멀티 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볼넷 1개를 추가해 10개로 이 부문 공동 1위를 유지했다. 타율은 0.311(45타수 14안타)로 올랐다. 롯데는 2위 오릭스를 10-4로 완파하고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한편 이승엽은 히로시마와의 방문 경기에 올 시즌 처음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삼진 2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전날까지 대수비, 대타로만 나섰던 이승엽은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요미우리가 10-3으로 이겼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국서는 김현수▼
정교함만 있는 게 아니다. 4번 타자답게 한 방도 갖췄다. 두산의 ‘타격 머신’ 김현수가 4일 SK와의 인천 경기에서 1회초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1회 시즌 마수걸이 스리런 ‘쾅’… 팀 공격 물꼬 터 두산, SK에 8대0 완승… 5승째 챙기며 단독선두로
‘올해는 기필코 우승’을 외치는 두산의 초반 상승세가 무섭다. 두산은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방문 경기에서 15안타를 퍼부으며 8-0 완승을 거뒀다.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한 두산은 5승(1패)째를 수확하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2007,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양 팀의 승부는 초반부터 두산으로 기울었다. 두산 4번 타자 김현수는 0-0인 1회 1사 1, 2루에서 SK 선발 투수 송은범의 몸쪽 직구를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날렸다. 물오른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그의 시즌 1호 홈런. 두산은 3-0으로 앞선 2회 2사 1, 2루에서 오재원이 왼쪽 안타로 1점을 추가하며 송은범을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5-0으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서는 유재웅이 2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6경기에서 11홈런을 쏘아 올리며 8개 구단 중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했다.
불붙은 방망이만큼 빛난 건 두산 선발 투수 이재우의 역투였다. 이재우는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에도 7경기에 선발로 나서 3승(1패)을 올렸을 만큼 전천후 투수다. 이날 이재우의 투구 내용은 최고 선발 투수의 모습이었다. 그는 6이닝을 4사구 없이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0km에 이르렀고 주무기인 포크볼은 그야말로 제대로 긁혔다. 그는 2회 1사 후 SK 박경완에게 첫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병살타로 처리했다. 이후 4이닝 연속 삼자 범퇴로 막았다.
2일 두산에 3-10으로 패하며 22연승을 멈춘 SK는 3일 6-5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지만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안타는 2개에 불과했다.
롯데는 천신만고 끝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출발은 좋았다. 0-0이던 2회 1사 1, 3루에서 박종윤의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롯데가 선취점을 뽑은 건 올 시즌 처음. 롯데 선발진의 새로운 희망 이명우도 6과 3분의 2이닝 동안 7안타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문제는 집중력 없는 타선. 롯데는 9회까지 11안타를 때렸지만 2점에 그쳤다. 하지만 2-2로 맞선 연장 12회 이승화의 2루타로 만든 1사 3루에서 홍성흔이 천금같은 희생타를 때려 3-2로 승리했다.
선발 장원삼(삼성)과 류현진(한화)의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진 대전 경기에서는 1-1로 맞선 8회 2사 1, 3루에서 나온 한화 마무리 투수 데폴라의 폭투를 틈타 삼성이 2-1로 이겼다. 넥센은 LG를 5-0으로 누르고 외국인 투수 에드리안 번사이드에게 한국 무대 첫 승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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