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D-100] 아내 최미나가 허정무 감독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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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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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과 부인 최미나씨(왼쪽). 스포츠동아DB
허정무 감독과 부인 최미나씨(왼쪽). 스포츠동아DB
너무도 자랑스러운 남편에게.

30년 동안 허정무의 아내로 살아오면서 많은 역경도,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 번도 믿음을 져버린 적이 없었고, 당신 역시 그렇게 해주셨죠. 그저 고맙답니다. 대표팀 사령탑이란 위치. 왜 당신이 험한 길을 밟아가야 하는지, 굳이 고생을 사서 해야 하는지 부족한 저와 딸들이 반대했지만 대표팀 얘기를 하던 당신의 눈이 그날따라 유난히 밝게 빛나는 걸 느꼈어요.

그제야 하나님께서 당신과 우리에게 주신 소명이 바로 이런 길이란 걸 받아들여야 했죠.

얼마 전 동아시아선수권 중국전에서 당신과 우리 선수들이 크게 졌을 때,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어요. ‘잠시 내가 자만했구나’란 생각이요.

힘겨운 고비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던 작년 4월 1일 아시아 최종예선 북한전을 앞두고, 당신을 힘들게 하시는 분들에게 ‘좀 더 믿어달라’고 편지를 쓰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죠.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해요. 딸들이 일본전을 앞두고 그러더군요. ‘엄마, 우리 힘껏 기도해보자’고요. 그리고 잘하셨잖아요.

저는 당신과 우리 선수들이 반드시 이번 월드컵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답니다. 언젠가 당신이 그러셨잖아요. ‘게임이란 어떤 팀이 잘한다고 해서 우리가 진다는 법 없고, 못한다고 해서 이긴다는 법은 없다’고.

힘들었던 중국전도 그렇게 봐도 될 듯 합니다. 공한증이 깨졌지만 우리 역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에게 그렇게 할 수 있잖아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 곁에는 늘 최고의 지원군이 있잖아요. 편하게 믿고 기다리세요. 부정적인 생각은 마시고요.

저도 어느 때건 당신의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를 찾을 때 항상 마음으로 주문을 외워요. ‘두려워하지 말자’ ‘우린 잘할 수 있다’고 말이죠. 우리 선수들도 그래요. 두려움 없이 부상 없이 가진 모든 걸 한껏 펼쳐내길. 한국 최고 전사들이 모였으니 호랑이 굴에서도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도 월드컵으로 출정하기 전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마디만 해주세요. “그간 해온 것처럼 책임지고 잘할게. 믿어줘.”

당신을 너무도 사랑하는 아내 최미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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