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바퀴도 30초대… 이승훈, 끝까지 ‘쾌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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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이 필요없었던 실력
감독도 “연습한 대로 타라”

“전략이야 있었죠. 하지만 전략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탔어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은 무조건 빨리 달려야 하는 단거리와는 달리 전략이 필요한 종목이다. 육상의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를 조절하고 초중반 레이스 작전을 짜야 한다. 24일 남자 1만 m에서 기적의 금메달을 일군 이승훈(22·한국체대)에게도 ‘필승 전술’이 있었다. 하지만 더욱 빛났던 것은 이승훈의 ‘실력’이었다.

빙판에서 직접 이승훈에게 지시를 내린 김용수 코치는 “전날 조 추첨 결과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8개 조 중 5번째 조로 비교적 앞 조에 배정됐다. 더구나 이승훈과 같은 조에 속한 네덜란드 아르옌 판 더 키프트는 정보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김 코치는 “월드컵에도 나온 적이 없는 선수라 정보가 없었다. 소문으로 1만 m 전문선수라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당일 키프트의 연습을 지켜본 김 코치와 김관규 감독은 상대 선수가 이승훈보다 한수 아래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상대 선수의 레이스에 맞춰가지 말고 연습한 대로 타라”고 주문했다.

첫 바퀴(400m)에서 이승훈의 랩타임은 33초89로 김 감독이 주문한 34초대보다 0.11초 빨랐다. 생각보다 괜찮았기에 그 정도의 랩타임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김 감독은 “원래 일곱 바퀴가 남았을 때 랩타임을 끌어 올릴 계획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후반 랩타임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좋아 보여 30초 후반대를 유지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이승훈은 30초49∼31초51을 유지했다. 김 감독은 “연습 때도 그만큼은 아니었는데 정말 잘 탔다. 120%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 바퀴 추월을 해서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것도 작전이었을까. 김 감독은 “앞의 선수를 추월하면서 이득을 많이 봤다. 여덟 바퀴 이후 상대 선수를 반 바퀴 정도만 앞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두 바퀴에서 랩타임을 30초대로 끌어올리면서 추월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더 랩타임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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