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스펀지]0.023초! 스케이트날 3분의 2인 30cm 차로 승부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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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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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번 깜빡할 시간(평균 0.3초)보다 빠르고, 스케이트 날(40∼46cm)보다 짧은 거리 차로 엇갈리는 희비. 연일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묘미는 찰나에 갈리는 승부에 있다.

이상화는 17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 2차 시기 합계 76초099로 독일의 예니 볼프(76초145)를 0.046초 차로 앞섰다. 한 번의 레이스에서 시간 차는 0.023초에 불과하다. 눈 한 번 깜빡할 시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시간. 이상화의 500m 2차 시기 기록(37초850)을 기준으로 평균 속도를 내면 0.023초는 30.4cm다. 결국 이상화는 스케이트 날의 3분의 2 정도 되는 거리 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공식적으로 기록을 0.001초까지 측정하고 0.01초 단위로 발표한다. 0.001초는 1.32cm, 0.01초는 13.2cm에 해당한다.

찰나에 메달색이 갈리는 종목에서 선수들은 기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갖가지 비책을 개발한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날 차기가 대표적이다.

이상화와 남자 500m 우승자 모태범 모두 결승선에서 스케이트 날을 차는 동작을 했다. 날을 차는 것은 발끝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촬영해 0.0005초 단위로 기록을 측정하는 장비를 의식한 것이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날을 드는 동작은 0.03초 정도 기록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상화가 1차 시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찍힌 기록은 38초27이었지만 최종 판독 기록은 38초249로 줄었다. 옆에 있던 볼프는 기록 변화가 없었다. 볼프는 1차 시기에서 날 차기를 하지 않았고 2차 시기에서는 했다. 2차 시기에서는 이상화와 볼프 모두 처음 찍힌 기록보다 0.03초, 0.032초씩 줄었다. 볼프는 지금 1차 시기 때 날을 차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다시보기 = 이상화, 한국 女빙속 사상 첫 금메달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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