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대의 축복… 단신 이상화 ‘공기저항과의 싸움’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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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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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빙속 왜 두각?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연일 깜짝 금메달 소식을 전하고 있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이번 대회 들어 갑자기 실력이 좋아진 비결은 무엇일까.

[1]높은 공기밀도 덕봐


스피드를 겨루는 종목에서 주요 변수인 공기저항은 공기의 밀도, 공기와 부딪히는 면적에 비례해 상승한다. 이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각국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과학의 힘을 빌려 엄청난 투자를 한다. 최고 시속 60km에 이르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선수들은 저항을 줄이려고 첨단 소재의 유니폼을 입는다. 허리를 거의 90도 앞으로 숙여 질주하는 것은 이 때문. 고도에 따라 공기밀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고도도 주요 변수다. 305m 높아질 때마다 공기밀도는 3%씩 낮아진다.

밴쿠버의 고도는 2m로 2002년 겨울올림픽이 열린 솔트레이크시티(해발 1288m)에 비해 공기밀도는 12.7% 높다. 신기록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 대신 체격이 작은 한국선수들에겐 유리하다. 송용규 한국항공대 교수는 “공기밀도가 높으면 공기와 만나는 면적이 작은 단신 선수에게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17일 세계 랭킹 1, 2위인 독일의 예니 볼프, 중국의 왕베이싱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딴 이상화(한국체대)의 경우 딱 맞아떨어진다. 163cm, 58kg의 이상화는 172cm, 72kg의 볼프나 172cm, 64kg의 왕베이싱보다 작다. 실제로 볼프와 왕베이싱은 지난해 12월 공기가 희박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각각 37초00, 37초14로 1,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이상화는 37초24로 3위였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1차 시기 기준)에선 이상화가 38초24, 볼프가 38초30, 왕베이싱이 38초48이었다. 체격이 가장 큰 볼프가 솔트레이크시티 때보다 1초30이나 느린 기록이 나온 반면 이상화는 1초밖에 늘지 않았다. 둘 사이의 이 0.3초 차가 결국 메달 색깔을 바꿨다.

[2]쇼트트랙 기술 접목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 기술이 접목된 것은 2003년부터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은 초반 100m 이후 첫 코너링에서 속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하지만 코너워크에서 상대를 따라잡아야 하는 쇼트트랙에선 선수들이 속도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속도를 가속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물론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한국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따라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들도 지난해 여름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를 신고 코너워크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3]170kg 바벨 체력훈련

한국 빙상선수들의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이상화의 경우 170kg짜리 바벨을 들고 앉았다 일어나기 훈련을 반복했다고 대표팀 김관규 감독은 전했다. 보통 외국선수들은 140kg짜리 바벨을 든다는 것. 이상화는 또 여자선수로는 국내에 훈련파트너가 없어 남자들과 함께 훈련했다.

[4]신세대식 자율훈련

김관규 감독은 톡톡 튀는 성격의 신세대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훈련의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또 특성에 맞게 운동량을 정해주는 ‘일대일 맞춤 훈련’을 도입했다. 오직 승리를 향해 고되고 강압적인 훈련만 하던 분위기를 탈피해 선수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맞춰주며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5]연맹 대대적 투자

빙상은 예전 ‘헝그리 정신’으로 상징되는 불굴의 투지만으론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선진국형 스포츠’로 꼽힌다. 대대적인 자본 투자와 첨단 스포츠과학이 뒤따라야 발전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이후 ‘밴쿠버 프로젝트’를 펼치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국내 빙상대회를 활성화하고 해외의 국제대회에도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파견했다. 삼성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삼성은 빙상연맹을 14년간 후원하며 100억 원가량을 지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다시보기 = 이상화, 한국 女빙속 사상 첫 금메달 순간



▲ 동영상 = 이상화, “오빠들과 함께한 훈련이 도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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