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을 만나다] 오버맨 홍성흔 “밤무대 MC 했어도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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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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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야구판의 개그맨들

 
입을 열면 쓰러지고, 움직이기만 해도 포복절도한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진지한 표정과는 달리 벤치에 앉으면 개그맨으로 통하는 선수들이 있다. 동료들의 배꼽을 빼놓는 재담꾼. 이번 ‘달인을 만나다’ 코너는 ‘야구판의 개그맨’을 소개한다.

○롯데-‘오버맨’ 홍성흔과 ‘생활개그’ 정보명

홍성흔은 자타공인 최고의 ‘오버맨’이다. 재치만점의 입담. 적중률도 높아 ‘개그의 타격왕’이다. 그와 말을 나누면 우울증마저 사라진다. 무대 체질에다 카메라 체질. 주위에서는 “야구를 하지 않았으면 개그맨으로 성공했을 것이다. 적어도 밤무대나 돌잔치, 환갑잔치 전문 MC로 나서도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벤치에서는 홍성흔 못지않은 개그맨이 있다. 바로 정보명. 홍성흔이 ‘오버’로 웃긴다면 정보명은 생활 속에서 절로 묻어나는 요절복통 개그를 자랑한다. 평소 야구장에서 기자들을 향해 “안녕하세요, 잘 생긴 정보명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지나가기도. 롯데 홍보팀 김건태 계장은 “이번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버스 노래방을 운영할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서서 코믹댄스를 선보여 모두들 배꼽을 잡았다”고 소개했다. 말솜씨라면 이대호도 빠지지 않는다. 큰 덩치와는 달리 말을 받아치는 순발력만큼은 최강.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황제다.

○KIA-장소팔·고춘자 울고 갈 이종범-김종국 만담콤비

이종범은 개그에서도 ‘종범신’으로 통한다. 이미 지난해 말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도사’에도 출연해 살짝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김종국이 가세해 콤비를 이루면 전설적인 만담콤비 장소팔과 고춘자는 ‘저리가라’다. 걸쭉한 남도사투리. 특별히 상대방을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닌데도 주변에서는 배꼽을 잡는다. 웃다가 눈물까지 찔끔거려야 할 정도. 해태 시절에는 엄격한 팀 분위기 탓에 경기에 진 다음날 후배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무시한 ‘응징’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종범, 김종국이 멍석을 깔고 김상훈, 서재응이 분위기를 띄우면서 덕아웃 공기가 달라졌다.

○SK-‘구라’ 이호준 주춤, 박재상 박정권 대세장악

이호준은 입심이 좋은데다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있다. 그가 말하는 도중에는 누가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과장과 허풍이 심해 속칭 ‘구라꾼’.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박철호 운영2팀장은 “생수 한 병을 마셔놓고 소주 열 병을 마셨다고 해도 말발 때문에 믿게 된다. 물에 빠져도 입은 둥둥 떠 있을 친구”라며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부상 여파로 최근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입을 여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박재상과 박정권 ‘양박’이 덕아웃을 장악했다. 순간적인 재치와 애드립으로 무장한 박재상의 개그는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영양가 만점. 그가 말만 하면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선수들이 벤치에 드러눕기 일쑤다. 박재상이 ‘하이개그’를 펼친다면 박정권은 일종의 ‘허무개그’. 스스로는 절대 웃지 않고 진지하게 말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안면몰수 현재윤, ‘뼛속까지 개그본능’ 권오원


현재윤은 말개그와 몸개그, 종목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다. 한마디로 들이대는 스타일로 ‘히트앤드런 작전’을 구사한다. 안면에 철판을 깔았다는 평가. 보통 선수들은 감독을 어려워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전지훈련 때 설날에 무작정 선동열 감독 방을 찾아가 절을 해놓고 세뱃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선 감독도 “태어나서 이런 놈 처음 본다”고 웃으면서 지갑을 열기도 했다. 현재윤은 또한 경기 때 포수 자리에 앉아 상대타자를 향해 쉴 새 없이 ‘말펀치’를 날려 외국인타자들조차 기피할 정도. 투수 권오원은 웃기기로만 따지면 삼성 에이스다. 배영수는 “오원이 형이 입을 열면 다 쓰러진다. 뼛속까지 개그맨이다. 춤도 얼마나 웃기게 추는지 보는 사람은 다 뒤집어진다”고 소개했다. 채태인과 박석민은 개그에서도 세대교체의 주역. 채태인은 말발, 박석민은 생활 자체가 개그다.

○히어로즈-홍성흔을 넘고싶은 ‘오버맨’ 강귀태

강귀태의 입과 몸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동기인 현재윤 못지않다. 숨 쉬는 횟수만큼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 심지어 경기 중 덕아웃에 있을 때도 상대 야수들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걸 정도다. 코칭스태프의 걱정은 가끔씩 상대를 산만하게 하려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것. 강귀태는 “프로야구 최고의 오버맨이 홍성흔 선배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내가 야구만 더 잘하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송지만도 보기와는 달리 주변 사람들을 쓰러지게 만드는 개그맨으로 노익장(?)을 과시한다.

○두산-얼굴만 봐도 박명수보다 웃긴 ‘유희왕’ 유희관

지난해 입단한 유희관은 이미 두산 덕아웃을 평정했다. 별명도 ‘유희왕’. 얼굴만 봐도 웃긴 박명수처럼 동료들은 그의 얼굴만 보고도 웃는다. 특히 항아리형 몸매가 웃음 포인트. 특유의 몸매에서 생산되는 형용할 수 없는 코믹댄스가 최강이라는 평가다. 기자들이 김현수 인터뷰를 하면 “현수에게 뭘 물어보려면 매니저인 나를 거쳐야한다”고 가로막고 나서는 돌발행동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그는 “야구를 잘 하는 이미지로 가야하는데 자꾸 코믹한 쪽으로 비춰진다”며 한숨을 쉬지만 주변에서는 “어쩔 수 없다. 너의 운명”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LG-박경수 부진에 춘추전국시대

LG에서는 누가 최고의 개그맨일까. 프런트 직원에게 물어보자 한결같이 “박경수”라고 대답했다. 주장 박용택도 역시 “박경수”라고 말했다. 세련된 개그에 배꼽이 탈출할 만큼 익살스런 춤솜씨를 자랑한다. 박용택은 “야구가 뜻대로 잘 되지 않아서인지 경수의 개그도 많이 부진해졌다”고 귀띔. 최근에는 포수 김태군이 물이 오르고 있다. LG 홍보팀 공병곤 차장은 “박경수가 세련된 연예인 스타일의 개그라면, 김태군은 서민적인 개그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성훈은 말보다는 4차원적인 행동으로 화제를 모은다. 인터넷상에는 ‘정성훈의 괴기’ 시리즈가 만들어질 정도. 반면 이진영은 몸은 쓰지 않고 입만으로 ‘원초적 개그’를 토해내는 스타일이다.

○한화-최고의 입담꾼 정민철 은퇴하자 김혁민 급부상

한화에서는 그동안 정민철이 그라운드를 평정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해 정민철이 은퇴할 때 “지도자로도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그 이유로 “유머가 넘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홍보팀 임헌린 과장은 “마음먹고 입을 열면 다 죽는다”며 웃었다. 주위에서는 “마이크를 잡는다면 최고의 해설가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정민철이 은퇴하면서 현역선수 중에 김혁민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 외모와는 달리 하이개그를 펼친다. 말수는 많지 않은데 한마디 한마디가 ‘죽음’이라고. 말투와 표정에 동료들은 까무러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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