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2m의 짧은 트랙에서 마치 곡예를 하듯 순위 싸움을 펼치는 쇼트트랙. 한국은 이 종목이 없었더라면 겨울올림픽에서 6위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국민들은 4년마다 한 번씩 펼쳐지는 ‘겨울 축제’에 그토록 열광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노(No)’. 그만큼 쇼트트랙은 한국 겨울올림픽의 역사 그 자체다.
한국이 겨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건 1948년 1월 생모리츠(스위스) 대회. 이후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오슬로(노르웨이) 대회를 제외하곤 매회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러나 1992년 알베르빌(프랑스) 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전까진 메달은커녕 입상권에도 들지 못했다. 한국은 알베르빌 대회에서 남자 쇼트트랙 김기훈이 2관왕을 달성하는 등 4개의 메달(금 2, 은 1, 동 1)을 수확했다. 세계 10위. 2년 뒤 열린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대회에선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기훈, 채지훈, 전이경 등이 금메달을 따내며 쇼트트랙에서만 6개의 메달을 수확해 역대 최고인 6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쇼트트랙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8년 나가노(일본) 대회에선 김동성과 전이경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전이경은 전 대회에 이어 다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2회 연속 2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는 개최국인 미국 아폴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이 화제가 됐다.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김동성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자리다툼 과정에서 나온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실격을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1500m 고기현 등 여자 쇼트트랙에서만 금메달 2개를 따냈다.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 대회에선 메달이 쏟아졌다. 쇼트트랙 안현수와 진선유가 각각 3관왕을 달성하는 등 대표팀은 총 11개의 메달(금 6, 은 3, 동 2)을 목에 걸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역대 대회에서 쇼트트랙을 제외하고 한국이 따낸 메달은 2개에 불과하다. 알베르빌 대회 김윤만(은메달)과 토리노 대회의 이강석(동메달·이상 스피드스케이팅)이 주인공. 이번 밴쿠버 대회에서는 한국의 메달밭이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쇼트트랙이 여전히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가운데 김연아(피겨스케이팅)와 이규혁, 이강석(스피드스케이팅) 등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메달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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