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이사회서 무슨일이?] 말 많던 ‘무승부=패’ 유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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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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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가운데)와 각 구단 사장들이 12일 이사회를 열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KBO 이사회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무승부=패배’ 방식을 올해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가운데)와 각 구단 사장들이 12일 이사회를 열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KBO 이사회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무승부=패배’ 방식을 올해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야구의 ‘무승부=패’ 규정이 그대로 유지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8개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부터 승률계산시 무승부를 패로 간주하던 규정을 올해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5일 열린 각 구단 단장회의에서는 5대3으로, 2007년까지처럼 무승부를 승률 계산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쪽이 많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는 두산이 방향을 선회하면서 4대4로 의견이 맞서게 됐다. 이후 8개 구단이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음에 따라 지난해 방식을 2010시즌에도 시행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두산의 변심

두산의 변심이 이사회에 큰 반향을 남겼다. 두산 김진 사장은 회의 개회와 더불어 “지난해 규정을 올해도 고수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단장회의 때와는 전혀 상반된 입장. 김 사장은 “현행제도의 실효성이나 부작용을 따지기 전에 1년 만에 제도를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2008년 새로운 규정을 만들 때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만들었다. 이제와 반발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 김응룡 사장도 현행 제도 고수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김 사장은 현장의 불만에 대해 “감독은 게임을 하는 것이고 규칙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일갈하고는 “강팀은 제도에 상관없이 우승한다. 1년밖에 안 해보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파했다.

○반발 심했던 SK 침묵 왜?

지난 시즌 내내 무승부=패배 규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SK는 이날 침묵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6번의 무승부가 모두 패전으로 처리되면서 규정 폐지 및 수정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그러나 제도 수정을 주장하기에는 명분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단순히 팀이 피해를 봤다고 해서 유·불리를 따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SK와 뜻을 같이한 LG 한화 KIA도 마찬가지. SK 신영철 사장은 “지난해 불리했다고 올해도 불리한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 “감독자 회의 나가면 뭐해?”

그러나 일본 고지에서 전훈을 지휘중인 SK 김성근 감독은 “말이 안 된다”며 불편한 감정을 쏟아냈다. “해보고 나쁘다는 걸 알았으면 고쳐야지, 왜 고집을 피우는지 모르겠다. 이사회가 언제부터 감독 얘기를 들었나? (이런 현실에서) 감독자 회의 안 나가겠다”며 강경발언을 꺼냈다. 수위를 높여 “최악의 제도”라고도 비판했다. 현장에서 승부를 체감하는 감독으로서 12회까지 총력을 쏟아 비겨봤자 손에 쥐는 것이 없는 룰은 상식 밖이란 시각이다. “이럴 바엔 ‘무승부=승’이 차라리 낫다”란 말도 했다. “무승부=무승부(최선)가 안 되면 서스펜디드(차선)나 끝장승부(차악)가 낫지 현행 제도는 최악”이라고 일갈했다. “세계에 웃음거리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소식을 듣고는 “기본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제도”라며 “현장에서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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