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 “내겐 아직 기회가 안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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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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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노크 7년… 화천 화악산서 몸 만드는 최향남

투수들은 한겨울 추운 날씨에는 어깨 보호를 위해 공을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최향남에게는 하루하루가 놓치기 아까운 시간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쉬면 안 된다. 회복이 그만큼 더뎌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낮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원 화천군 화악산에서 최향남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화천=이헌재 기자
투수들은 한겨울 추운 날씨에는 어깨 보호를 위해 공을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최향남에게는 하루하루가 놓치기 아까운 시간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쉬면 안 된다. 회복이 그만큼 더뎌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낮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원 화천군 화악산에서 최향남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화천=이헌재 기자
《6일 찾은 강원 화천군 화악산은 온통 눈밭이었다. 산도, 길도, 집도 모두 하얀 눈에 파묻혀 있었다. “같이 한번 해볼래요?” 최향남(앨버커키)이 물었다. 7년째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최향남에게 화악산은 한 시즌을 버틸 몸과 정신을 만드는 곳이다. 2004년 겨울부터 틈만 나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는 일본 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김경태(35·전 LG)와 함께 훈련한다.》“저기 보이는 봉우리까지 한 번 갔다 오죠.” 이 말과 함께 기자를 포함한 세 명은 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발이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모래밭을 걷는 느낌이다.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였지만 5분도 되지 않아 등에 땀이 배어 오른다. 본격적으로 산길에 접어들자 “이제 뛰어서 가자”고 한다. 오리털 파카를 벗어 던졌다. 얼굴과 손은 꽁꽁 얼 지경인데 몸에선 열이 난다. 머리 위로 매 한 마리가 날아간다. 발자국 소리에 놀란 고라니 네댓 마리가 잘도 뛰어 옆 능선으로 도망간다. 별천지가 따로 없다.

작년 다저스 트리플A서
9승2패 평균자책 2.34
눈부신 활약에도 승격 못해


산행의 위험을 알리는 간이 표지판이 나왔다. 개의치 않고 넘어간다. 그렇게 15분쯤 더 가자 기자는 벌써 체력이 다했다. 두 선수는 개의치 않고 잘도 뛴다. 5분 정도 더 올라가니 육중한 철조망이 다시 한 번 통행금지를 알린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가 봐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라고 한다. 휴∼.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다.

화악산 중턱에 자리 잡은 지인의 집으로 돌아왔다. 단거리 달리기를 하잔다. 300m 정도 되는 언덕길을 전력 질주한다. 한 번 뛰고 나니 머리가 핑 돈다. 해발 500m가 넘는 곳이라 산소가 부족한 탓이란다. 둘은 서너 차례 더 뛰더니 눈밭에서 캐치볼을 시작했다. 30여 분간의 캐치볼을 끝내자 하체 강화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 산의 해는 짧았다. 오후 5시 정도에 훈련을 끝냈다. “어제는 능선을 3시간 넘게 뛰었다”고 했다. 운동 후 먹는 저녁은 꿀맛이었다. 메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볶음탕이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는 곳”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7년째를 맞는 기약 없는 빅리그 도전. 지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최향남은 “메이저리그행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앨버커키에서 거둔 성적은 9승 2패에 평균자책 2.34. 눈부신 활약이었지만 그는 끝내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는 “내가 상대해 잡아냈던 선수들 중 상당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내겐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이기에 열심히 준비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느덧 불혹 나이 됐지만
내달 빅리그캠프 초청받아
감독에 자신감 보여줄 것


이제 우리 나이로 불혹인 40세. 시속 140km 내외의 직구 스피드. 한국에서조차 평범한 구위.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2월 15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시작되는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청받았다. 그는 “40세 된 선수를 불렀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마이너리그 코치진은 빅리그 승격을 꾸준히 주장했다. 이번에는 조 토리 감독에게 직접 내 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그는 평균 138km의 직구로 57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을 77개나 잡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 최향남은 “공 하나를 던져 보면 이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온다. 예전에는 밸런스가 좋을 때만 좋은 공을 던졌지만 지금은 나쁜 컨디션에서도 좋은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던지면 범타가 나오는 코스를 여러 곳 가지고 있고 거기에 공을 꽂아 넣을 제구력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다저스의 투수진이 두껍지만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저스가 아니라면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통해 빅리그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향남은 요즘 자신을 ‘포티(40) 맨’이라고 부른다. 40세라는 뜻이냐고? 아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고 싶다는 희망의 표현이다.


화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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