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두산 김명제 ‘병실의 생일’…“살아줘 고마워 ” 애타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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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7시 00분


청천벽력 사고소식에 앞이 깜깜 ‘아빠 다시보니 좋다’ 한마디에 가슴 뭉클
스물세번째 생일 병상서 맞은 아들…야구는 둘째치고 살아준 게 고맙다
상태호전 일반병실로…“당분간 면회는 사절”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해 5일 병상에서 23번째 생일을 맞은 두산 김명제. 그래도 아버지 김승중 씨는 “살아준 것만으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스포츠동아DB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해 5일 병상에서 23번째 생일을 맞은 두산 김명제. 그래도 아버지 김승중 씨는 “살아준 것만으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스포츠동아DB
“야구는 둘째치겠습니다. 살아준 게 고맙고 기적이라고 밖에 말을 못 하겠네요.”

5일 23번째 생일을, 갑자기 찾아온 한파만큼이나 차디찬 병원에서 맞이한 두산 김명제(23).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아버지 김승중 씨는 병상에서 곤히 잠든 아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이름만 나와도 목이 메는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던 김 씨는 “명제가 일어나자마자 ‘엄마, 아빠 얼굴을 다시 보게 돼서 좋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는데 다른 건 생각나지 않고 살아나줘서 고맙다는 생각 뿐이었다”는 심경을 전했다.

비록 병원에서 맞는 쓸쓸한 생일이었지만 김명제는 ‘희망’을 선물 받았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생일 전날인 4일 일반병동으로 옮기게 된 것. 김 씨도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하루에 2번, 아침·저녁으로 30분씩 아들의 몸상태만 훑어보기 바빴지만 이제는 마음 놓고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그저 기쁘다고 했다. 김명제가 사고후유증으로 좀처럼 잠을 못 이루고 있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도 “괜찮아질 것이다” “이겨낼 수 있다”며 끊임없이 응원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만 김 씨에게 김명제는 특별한 아들이었다. “운동만 했던 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너무 순수해서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혹 부서질까 애지중지 키운 자식. 야구가 다른 운동에 비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지만 아들의 꿈을 위해 일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면서까지 열심히 뒷바라지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김 씨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서울 논현동에서 운영해오던 일식집 문을 닫았다. 그런 상황에서 소중한 아들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김 씨는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내 몸이 괜찮으면 지금보다 더 나을 것 같다”며 먹먹한 가슴을 몇 번이고 주먹으로 쳤다. 하지만 “내가 강해져야한다”며 스스로 곧추세웠다.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몸이 충격과 병간호로 더 약해졌지만 “아들이 다시 마운드로 돌아갈 때까지 버팀목이 돼줘야 하지 않겠냐”고 이를 악물었다.

김명제는 현재 모든 면회를 사절한 상태다. 김경문 감독과 동료 선수들이 병문안을 오려고 했지만 “이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김 씨는 “올해는 열심히 하려고 스스로 노력했는데 사고를 당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서운해 하지 말고 명제의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조용히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며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지금까지 응원해줘서,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일어서 보이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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