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 in Japan]하늘 땅 온통 빛다발, 그 ‘설국’ 속으로 잠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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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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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 환상 스키여행

《니가타 현은 눈의 고장이다. 지금도 가끔 그렇지만 하루 밤새 2m가 넘게 눈이 내린다. 현 남서쪽의 조에쓰 시에 가면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강기(鷹木)’라는 것이 있는데 지붕을 맞대고 다닥다닥 붙은 도로변 집들이 저마다 처마를 길가로 돌출시킨 것을 말한다. 정면으로 바라보면 그 모양이 기러기가 날개를 펼친 모습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강기는 눈이 처마까지 쌓여 길이 막힐 경우 주민들이 눈 위로 걸어 다닐 수 있게 하는 비상통로다.

일본에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선사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 이 무대 역시 니가타 현이다. 그곳은 Mt(‘마운트’로 읽음)나에바 등 스키장 13개가 산재한 유자와 정인데 작가는 실제로 이곳의 료칸인 다카항에 짐을 풀고 3년간 이 동네의 어린 게이샤(기생)와 교우하며 소설을 썼다. 800년 역사의 다카항은 지금도 그 자리에 영업 중이다. 2층에는 과거 건물(목조)에서 떼어낸 집필실이 보존돼 있다. 》

노벨상 작가 가와바타를 사로잡은 절경에서 겨울 휴식을

그런 니가타인 만큼 스키장은 수없이 많다. 산을 낀 동네라면 모두 스키장 한두 개쯤은 기본이다. 그중 대표할만한 스키장은 역시 Mt 나에바와 묘코의 7개 스키장이다. Mt 나에바는 유자와에, 묘코의 스키장은 묘코 고원에 있다.

일본최대 규모의 Mt 나에바 스키장

Mt 나에바는 단일 규모로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키장이다. 4년 전 이웃한 가그라 지역의 스키장 2개(다시로, 미쓰마타)를 드래곤돌라라는 이름의 긴 곤돌라(5.5km)로 연결한 덕분. 일본의 경우 미세기후에 의한 지형성 강설 성향 때문에 같은 지역이라도 스키장마다 설질에 차이가 난다. 그 때문에 한 스키장에서도 여러 설질을 경험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길게 늘어선 형태의 Mt 나에바는 특별히 그런 성향이 강해 다양한 설질을 체험하려는 스키어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지난 세 번의 Mt 나에바 스키투어에서 나는 이런 특성을 직접 체험했다. 햇빛이 오후 늦게까지 드는 가그라 지역의 파우더 설질은 인상적이었다. 눈이 내릴 때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퍼붓듯 쏟아진다. 이럴 경우 대개는 스키를 포기하고 식당이나 스키하우스에서 쉰다. 하지만 딥스노를 즐기기에는 이때가 기회다. 한 시간만 지나도 부츠를 덮을 만큼의 눈이 쌓이기 때문이다.

나에바의 또 하나 특징이라면 스키베이스를 온통 점령하다시피 한 거대한 프린스호텔이다. 베이스에서 스키를 신고 벗는 스키인 스키아웃 형 호텔인데 레스토랑, 온천, 휴게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리조트를 선호하는 스키여행객에게 적극 권한다.

가장 일본다운 스키장 묘코 고원

가장 일본다운 스키장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스키장이 들어선 산중에 온천 료칸이 있어 거기서 먹고 자며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일 터이다. 물론 그런 곳은 일본 전국에 있다. 하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인 곳은 여기 묘코 고원이다. 묘코 시는 해발 2454m의 묘코 산을 중심으로 발달한 해발 550m의 고원지대에 있다. ‘에치고 후지’라고 불릴 만큼 인상적인 자태의 묘코 산은 주변에 험준한 산악을 연봉으로 거느린다. 묘코 고원의 7개 스키장은 그 연봉의 사면을 하나씩 차지한 셈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그 일곱 개 스키장은 모두가 거기서 솟는 온천의 지명을 따서 이름 붙였다. 온천과 스키의 조합이다. 묘코 고원은 내게도 올해 3월이 초행길이었다. 첫 방문지는 묘코 스기노하라 스키장. 7개 스키장 중 고도차(1124m)가 가장 커서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리프트정상(1855m)에서 베이스까지 이어진 8.5km 트레일은 전국에서 가장 길다. 큰 고도차와 최장 트레일 외에 인공설을 전혀 쓰지 않는 것도 자랑거리다. 100% 자연설 스키장. 알프스 빙하지대의 스키장마저도 제설기를 쓰는 마당에 100% 자연설 스키장이 아직도, 그것도 일본에 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사실이다. 흠이라면 개장이 늦다는 것. 지난 시즌에도 12월27일에야 열었다. 대신 폐장은 4월 5일로 늦다. 묘코 고원은 일본 스키역사에 또 하나의 이름을 남겼다. 최초로 고원에, 서양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리조트를 지은 곳이라는 사실이다. 1937년 일이다. 이튿날 그 현장으로 숙소를 옮겼다. 그곳은 아카칸 스키장의 해발 1000m 산중턱에 자리 잡은 아카쿠라 관광호텔이다. 알프스 산장풍의 이 호텔은 슬로프 한가운데 있는 스키인 스키아웃형. 산중턱이라 전망도 좋고 건축도 훌륭했다. 최근 새 시설이 들어섰다. 10일 개장한 온천스파. 구름 걸린 해발 2000m급 산악연봉의 멋진 풍광을 대형스크린처럼 탕 안에서 감상하며 해맞이까지 즐길 수 있는 로텐부로가 있다. 곧 일본 최고 풍치의 노천탕으로 소문나지 않을까 싶다.

니가타=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니가타 현 ▽위치= 북위 37~38도의 동해안 ▽찾아가기= 인천∼니가타 직항 편이 편리. 도쿄∼유자와∼니가타 신칸센도 운행. ▽한국시장 판촉= 니가타 현은 올 시즌 중 니가타에서 2박 이상 묵는 스키어를 대상으로 1박에 3000엔 상당의 상품권을 여행사를 통해 지원하는 판촉행사 진행 중. 호텔과 스키장에서 선물과 리프트 권으로 교환한다. ▽홈페이지= www.niigata.or.kr(한글)

◇유자와 정 ▽찾아가기= 도쿄 역에서 신칸센 이용, 에치고 유자와 역에서 하차(75분 소요). 미나미 우오누마 군. ▽스키장= Mt 나에바, 가라유자와 등 13개 △Mt 나에바= 에치고 유자와 역에서 시내버스로 20분 거리. 3개 스키장의 연합체로 일본 최대규모. 시즌 12월 4일∼이듬해 4월 11일.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75분 거리로 가까워 도쿄 시민들이 많이 찾는 스키명소. 리프트요금(나에바 공통권) 하루 5000엔. 스키장 내 프린스호텔에 묵거나 유자와 정의 료칸에 묵으며 일반버스로 오간다. www.princehotels.co.jp/ski/naeba ▽숙소 △프린스호텔 나에바: Mt 나에바 베이스에 위치. △유키구니노야도 다카항: 37대에 걸쳐 800년 간 대물림 영업 중인 전통 료칸. 소설 설국 집필실 보존 및 사료관 운영. 에치고 유자와 역 부근. www.takahan.co.jp △하타고 이센: 에치고 유자와 역 앞의 식당 겸 료칸. 지역 농산물만 쓰는 토속요리가 유명. www.isen.co.jp

◇묘코 고원 스키장 ▽위치= 7개가 모두 묘코고원 역에서 30분 이내. 니가타 시보다는 나가노 시에서 더 가깝고 오가기 편하다. ▽찾아가기= 도쿄역∼나가노 신칸센(80분소요)∼나가노 역∼JR신에쓰센(80분소요)∼묘코고원 역. 시즌 내내 나가노 역에서 매일 오전 셔틀버스 출발(편도 1500엔). ▽시청= www.city.myoko.niigata.jp ▽관광= www.myoko.tv ▽스키장△묘코 스기노하라: 8.5km 트레일은 일본 스키장 최장 코스다. www.princehotels.co.jp/ski/myoko △아카칸(아카쿠라관광리조트): www.akr-ski.com(영어) △묘코 이케노다이라: www.ikenotaira.net(이상 일본어) ▽숙소 △이치노야도 겐: 이케노다이라 스키장(온천) 소재 온천료칸. 가마솥으로 지어내는 고시히카리 쌀밥과 16품 반찬의 조식세트가 일품. www.yado-gen.com 이케노다이라 온천에서는 달빛에 의지해 설산을 오르는 심야설산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아카쿠라관광호텔: 해발 1000m의 스키장 슬로프 중턱에 자리잡은 산장호텔. 객실 52개. 노지리 호수의 멋진 풍경과 산악 조망하며 객실에서 해맞이 가능. 1박에 3만1000엔부터. www.akr-hotel.com(일본어)

○여행상품

◇Mt 나에바 3박4일 패키지= 프린스호텔 나에바 2박, 니가타 시내호텔 1박. 73만9000원. ◇ 묘코고원 2박3일: 도야마 공항이용. 조석식+리프트(아카쿠라 관광 스키장)포함, 64만 9000원 ㈜여행박사(www.tourbaksa.co.kr) 070-7017-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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