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령탑 4국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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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 추첨을 마친 뒤 전력 보강에 나서야 할 B조 감독들의 기상도가 엇갈리고 있다. 허정무 한국 감독과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여유 있게 월드컵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반면 샤이부 아모두 나이지리아 감독과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은 '사령탑 지키기'라는 앞가림에 바쁜 형국이다.

네이션스컵 4강 오르면 믿어 줄게요

'디스 데이'와 '올아프리카닷컴' 등 아프리카 언론들은 8일 나이지리아 축구협회장 직속의 감독 선임 태스크포스팀이 아모두 감독에게 내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4강 이상 성적을 거둬야 남아공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는 역대 28명의 대표팀 감독 중 11명만이 자국 출신이었다. 이전 세 차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모두 외국인에 의지했던 나이지리아는 사상 처음으로 자국 출신 아모두 감독이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그의 지도력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는다. 아모두 감독은 네 번이나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임시직 아니면 땜질용이었다. 1994년 독일 출신 클레멘스 베스터호프 감독이 미국 월드컵 때 16강을 이루고 떠났을 때, 조 본프레레 감독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이끌고 바통을 넘겼을 때, 다시 불러온 본프레레 감독이 2001년 경질 됐을 때 기용됐다.

제발 믿음을 주세요

'축구 신동'이란 찬사를 받으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고국에 월드컵을 안겼던 마라도나 감독은 지도자로선 이렇다할 신뢰를 주지 못했다. 남미 예선 마지막 7경기에서 50명이 넘는 선수를 선발하면서 4위로 월드컵 본선에 턱걸이했다. 당시 마라도나 감독은 언론에 욕설을 퍼부어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개월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조 추첨이 끝난 뒤 아르헨티나 일부 언론은 '마라도나 감독 체제를 고수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카를로스 빌라르도 기술고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현 체제를 유지할 뜻을 밝혔지만 언론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마라도나 감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이번에는 제대로 믿어볼게요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허정무 감독은 10일 남아공 전지훈련 멤버를 발표하는 등 일찌감치 '16강 진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해발 1700m 고지인 요하네스버그에서 고지 적응 능력을 키워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은 허 감독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1998년부터 2000년 말까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조별리그 탈락 및 그해 아시안컵 3위를 해 불명예스럽게 밀려난 아픔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당신을 믿습니다

2001년 취임해 유로(유럽축구선수권)2004에서 우승한 오토 레하겔 감독은 그리스인들에게 '오토 대제'로 통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유로2008 조별리그 탈락 등 부진했지만 여전히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6년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명성을 쌓은 레하겔 감독은 강한 체력과 큰 체격을 앞세운 철옹성 수비에 이은 역습, 전통적인 독일 축구처럼 타점 높은 세트 플레이를 중시한다. 철저한 선수 관리로 악명이 높지만 '저 감독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는 동기 부여 능력이 뛰어나 선수들의 신임도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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