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노조 추진 향후 전망은?] 4개 구단 선수들 퇴장하자 30분간 회의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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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7시 00분


선수협 총회의 재구성… 투표하기까지 진통과 난산

2일 오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0차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정기총회’. 행사에 불참한 선수들의 명찰만이 테이블에 자리하고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일 오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0차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정기총회’. 행사에 불참한 선수들의 명찰만이 테이블에 자리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시즌중 노조 추진 오히려 역풍

어수선한 분위기 속 찬반투표

“선수협 깨지나…” 우려 목소리


2일 제10차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정기총회에서 노동조합 설립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과정은 험난했다. 이날 하루에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투표가 진행됐다.

○시즌 중 노조설립 추진, 그리고 역풍

선수협회 수뇌부는 4월 프로야구 개막 이후 8개구단을 돌며 선수들에게 노조 설립 추진에 관한 배경 및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고는 4월 28일 노조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어 5월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노동조합설립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열었다. 8개구단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을 모았지만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선수협회 수뇌부는 이날 일부 정치인과 만나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중 ‘거사’를 도모하면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고 말았다. 충분한 사전 준비작업도 없었고,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노조설립 문제가 불거지자 선수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수협회는 8개구단 선수들의 투표를 강행한 뒤 5월 18일 노조설립 추진위원회 2차회의를 열고 “과반수가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구단 선수들이 투표에 불참했고, 이 사실을 확인한 다른 구단 선수들은 속속 ‘노조설립 찬성 방침 철회’를 발표하고 나섰다. 6월 1일 임시총회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그래서 8개구단 대표자와 주장 등 16명이 모이는 임시 이사회 개최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여기서도 3개 구단에서 참석하지 않으면서 삐거덕거렸다.

○난산 끝에 이루어진 노조설립 찬반투표

결국 시즌이 종료된 12월 2일 정기총회에서 노조설립에 관한 찬반투표가 이뤄졌다. 오전 11시 시작되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8개구단 선수들은 속속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모였다.

점심식사가 끝난 뒤 오후에 노조설립에 관한 안건을 심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순간 노조설립에 반대 입장인 삼성 선수단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LG 선수단이 퇴장했다. 두산과 KIA 선수단도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극도로 어수선해졌다.

8개구단 중 절반인 4개구단 선수가 퇴장하자 손민한 회장은 “삼성이 야구단을 해체한다고 한국프로야구가 없어지느냐. 왜 다른 구단도 삼성 눈치 보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30분간 회의가 중단됐다. 선수들은 회의장을 들락날락했고, 후배들은 선배들의 눈치를 살폈다.

한 선수는 “오합지졸도 아니고 이렇게 해서 무슨 노조를 만들겠느냐”며 혀를 찼고, 롯데 모 선수는 “투표가 부결되면 우리 민한이 형은 어떡하나”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한 베테랑 선수는 “서로 불신하고 감정이 상해 있어 더 큰 사건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선수협 자체가 깨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상황 속에서 손 회장은 8개구단 대표들과 다시 만나 “구단이 아닌 개인의 의사를 밝히면 된다”며 찬반투표를 종용했다. 결국 구단 대표들은 소속팀 베테랑 선수들과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서 KIA와 두산은 투표에 참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삼성과 LG 선수단은 회의장에 들어왔지만 투표는 하지 않고 상황만 지켜봤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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