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프로야구 챔피언시리즈 시구자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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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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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구하고 있는 배우 최강희, 미국 월드시리즈 1차전 시구자인 이라크 참전용사 토니 오디어노 예비역 대위, 일본시리즈 3차전 시구에 나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아사히신문
올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구하고 있는 배우 최강희, 미국 월드시리즈 1차전 시구자인 이라크 참전용사 토니 오디어노 예비역 대위, 일본시리즈 3차전 시구에 나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아사히신문

한국 “재미있게”… 美日 “의미있게”

○ 韓, 인기스타 중심
7차전 모두 연예인… 대부분 야구인연 없어

○ 美, 감동과 추억
주로 왕년의 선수들… 미셸-참전용사 나와

○ 日, 깜짝 볼거리
정치인 배우 등 다양… 방일중 부시도 던져


한국과 미국 일본의 프로야구 챔피언시리즈가 최근 모두 막을 내렸다. 가을의 향연으로 불리는 챔피언시리즈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자체도 훌륭하지만 경기 시작 전 유명인의 시구(始球)를 보는 것도 색다른 볼거리다.

올해 한미일 세 나라의 챔피언시리즈 시구자는 서로 달랐다. 지난달 24일 기아 타이거즈가 12년 만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 시구자는 연예인 일색이었다. 1∼7차전 시구자는 박시연 채연 공효진 김남주 최강희 장동건 이보영. 야구와는 별 인연이 없지만, 인기스타를 내세워 팬에게 보는 재미를 선물하려는 의도가 짙다. 7명 가운데 6차전 장동건을 제외한 6명이 여자 연예인으로 채워진 것은 야구팬 가운데 젊은 남성이 많은 점을 고려한 듯하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을 관전한 팬들은 뭉클한 감동을 느꼈을 법하다.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는 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양키스가 낳은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 씨를 부축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시구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미셸 여사는 이라크전에서 교전 중 왼쪽 팔을 잃은 참전용사에게 공을 넘기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군복 정장 차림의 토니 오디어노 예비역 대위는 시구를 통해 애국심을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2차전에선 1990년대 말 침체에 빠졌던 양키스를 부활시켜 월드시리즈 3연패를 이끌었던 ‘양키스의 정신적 지주’ 폴 오닐이 주인공이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홈구장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치러진 3차전엔 1989년까지 17년간 이 팀에서 뛰었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마이크 슈밋이 시구를 했다. 4차전은 1970년대 필리스의 대표적 투수였던 스티브 칼턴, 5차전은 현역시절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던 필리스 투수 출신 짐 버닝 공화당 상원의원이 마운드에 올랐다. 미국은 과거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왕년의 간판스타 선수’를 시구자로 내세우는 전통이 있다.

지난달 31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니혼햄 파이터스의 일본시리즈 1차전에선 니혼햄 주니어팀 투수 와타나베 가이리 군이 시구를 했다. 2차전에는 내년에 개봉하는 야구영화 ‘우리들의 플레이볼’에서 니혼햄 에이스 다루빗슈 유의 어릴 적 배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고하라 유키 군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다루빗슈는 선발투수로 등판해 승리했다. 요미우리의 홈구장 도쿄돔에서 열린 3차전에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깜짝 등장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홈런왕 오 사다하루 전 요미우리 감독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다. 야구광인 부시 전 대통령은 한때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였다.

이처럼 일본은 야구와 인연이 있는 시구자를 내세워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선호하는 듯하지만 가끔씩 거물급 정치인이 시구하기도 한다. 4차전 이후엔 시구 행사 없이 곧바로 경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국내 프로야구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미국의 메이저리그처럼 시구를 할 ‘왕년의 간판스타’가 많지 않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구자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eawon-ha@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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