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내년 아시안게임 꼭 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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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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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추신수 기자회견

추신수가 4일 공식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회견 후 곧바로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이동한 추신수는 5일 오전 조성옥 전 동의대 감독의 유해가 안치된 경남 양산 하늘공원묘지 납골당을 찾는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추신수가 4일 공식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회견 후 곧바로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이동한 추신수는 5일 오전 조성옥 전 동의대 감독의 유해가 안치된 경남 양산 하늘공원묘지 납골당을 찾는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길고 험난했던 마이너리거 시절을 끝마치고 메이저리그 풀타임 1년째를 성공적으로 보낸뒤 고국팬들 앞에 선 그는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클리블랜드 ‘추추 트레인’ 추신수(27)가 4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올 시즌을 마친 소감과 함께 내년 시즌 각오를 밝혔다. 그는 “클리블랜드 팬들이 태극기를 직접 그려와서 사인을 받을 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평소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올 시즌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제일 힘들었을 때는 (부산고 은사인)조성옥 감독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다. ‘20(홈런)-20(도루)’을 앞두고 스무개 홈런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도 정신적으로 부담감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오클랜드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7타점을 올렸을 때다.(추신수는 조 감독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날 4안타를 치며 개인최다인 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부산에서 ‘추신수 키드’ 육성에 나설 예정인데.

“매년 한국에 올 때마다 느낀 점은 내가 운동을 할 때보다 초등학생, 유소년 야구 선수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외삼촌(박정태 롯데 2군 코치)이 유소년 야구팀도 맡고 있고, 좋은 선수가 나오려면 어린 선수들이 많아야 된다는 생각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내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계획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많은 걸 배웠고, 좋은 기억도 갖고 있다. 실력만 된다면 당연히 아시안게임에도 나가고 싶다. 한국 사람이지만 소속팀이 있어 구단과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든지 불러만 주신다면 나갈 생각을 갖고 있다.”

-WBC에서 어떤 점을 배웠는지. 특히 요즘 고교 졸업생들이 미국야구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 선수들 기량이 많이 좋아진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미국 야구는 힘은 있지만 한국처럼 기본기나 정교함이 없다. 미세한 플레이에 한국 선수들은 실수하는 법이 없었다.파워도 미국 선수 못지 않았고. 김현수나 친구인 (김)태균이, (이)대호, (정)근우에게도 많은 걸 배웠다. WBC를 치르고 난 뒤 자부심이 생겼다. 대회 끝나고 팀에 합류하니까 동료들이 ‘1회 대회 때는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실력이더라’면서 현수나 태균이 (이)범호 선배 이름을 직접 이야기할 땐 뿌듯했다. 미국 진출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누구의 판단도 아닌 자기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다. 의지만 있다면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자기 의지와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단과의 재계약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귀국하기 하루 전까지 에이전트와 하루에 한번씩 통화를 하다가 왔다. 클리블랜드에 남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올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더라도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12월쯤 가야 계약이 될 것 같다.”

-구단 내에서 달라진 위상을 느끼는지.

“크게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 인형도 제작해주고, 전광판 같은 곳에 대형 사진이 붙어 있는데 어느 날 가보니까 이적한 클리프 리나 빅터 마르티네스 사진이 있던 곳에 내 사진이 붙어 있었다. 많이 신경 써주는구나 하고 느낀다.”

-올 시즌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 있었다면.

“3할 타율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지만 개인적으로 부족한 게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중심타선으로 주자가 있을 때 타점이 적었다. 내년 목표라고 하면 홈런을 몇 개 치겠다는 그런 생각보다 올해보다 공격이나 수비 모든 측면에서 나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방망이에 태극기를 그려 넣어 화제가 됐는데.

“마이너리그 때 다른 선수들이 자기 나라의 국기를 그려넣은 걸 보며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WBC를 통해 국산 방망이을 쓰기 시작하면서 방망이 끝에 그려넣게 됐다. 그 덕분인지 클리블랜드 팬들도 이제 직접 태극기를 그려와서 나한테 사인을 받는다. 그럴 때는 가슴이 뭉클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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