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오심으로 재 뿌린 ‘삼성-SK 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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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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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심판진 착각으로 SK에 공격권 주는 룰 적용 안해
삼성 버저비터 승리 빛바래… 재경기 요구 등 파문 확산

한국농구연맹(KBL)은 27일 오후 11시 57분 각 언론사에 부랴부랴 e메일로 보도자료를 돌렸다. 이날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경기 막판에 잘못된 심판 판정이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야심한 시간에 서둘러 오심을 시인할 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내막은 이렇다. SK는 79-80으로 뒤진 종료 12.7초 전 공격에 나섰다. SK 문경은이 사이드라인 밖에서 패스하려는 순간 삼성 이정석이 공을 받으려 달려가던 SK 주희정을 밀쳤다. 경기 규칙 97조에 따르면 ‘4쿼터 또는 연장 쿼터 종료 2분 이내에 공격 팀이 볼을 소유한 경우 볼이 스로인되기 전에 한 파울은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준다’고 돼 있다. 이른바 ‘어웨이 파울’이 SK에 적용돼야 했다. 하지만 3명의 심판진은 개인 파울로 간주해 SK에 자유투 2개만을 줬다. 결국 주희정이 자유투 1개만 넣은 뒤 동점 상황에서 삼성 테렌스 레더의 버저 비터로 경기는 삼성의 2점 차 승리로 끝났다.

SK 김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현장에는 경기 감독관과 심판 교육담당자도 있었으나 누구 하나 시정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 4연승 끝에 첫 패배를 당한 SK는 KBL에 오심 문제를 정식 제소하며 재경기를 요구했다. 그동안 국내 프로농구에서 재경기가 열린 적은 없다.

미국프로농구에서는 2007년 12월 20일 마이애미 히트와 애틀랜타 호크스의 경기에서 마이애미 샤킬 오닐의 5반칙이 6반칙으로 잘못 기록돼 퇴장당한 뒤 마이애미의 제소로 연장전 종료 51.9초를 남긴 상황에서 재경기가 열린 것을 포함해 네 차례 재경기가 있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얘기가 있기는 해도 이번 파문은 다르다. 이 경기에 배정된 한 심판은 28일 “다른 상황으로 착각해 규칙을 잘못 적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규정은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부터 존재했다. 그런데도 헷갈렸다면 KBL 심판의 자질과 교육에도 큰 허점이 노출된 셈이다. KBL은 시즌 개막 전 감독들에게 경기 흐름을 끊는 심판 항의를 자제해 달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문까지 했다고 한다. KBL은 28일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어 해당 심판 3명에게 2∼5주의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29일 KBL 재정위원회가 재소집돼 SK의 제소 문제를 논의하는데 재경기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잘못된 판정이었더라도 경기는 이미 끝났으며 그 결과에 따른 스포츠토토의 배당률까지 결정돼 자칫 큰 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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