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 본 ML 포스트시즌] 심판 ‘팔 하나에’ 에인절스 V 날릴 뻔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7시 30분


5차전 래키 공 하나 볼로 ‘오심’‘무실점 래키’ 흔들리다가 교체기세 오른 양키스, 7회초 역전독기 품은 LA,7회말 재역전 V

미국에서는 야구를 흔히 ‘게임 오브 인치(Game of inches)’라고 한다. 모든 게 인치만큼 작은 데서 승부가 갈라진다는 의미다. 몇 인치 차이로 스크라이크와 볼, 페어와 파울이 갈라지는 경우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에인절스타디움에서 23일(한국시간) 벌어진 뉴욕 양키스-LA 에인절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ALCS) 5차전이 그랬다. 4-0으로 앞선 에인절스의 선발 존 래키는 7회초 1사 후 멜키 카브레라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허용했다. 다음타자는 5회 대타로 기용돼 포수 마스크를 쓴 호르헤 포사다. 5회에는 삼진으로 잡았다. 래키는 볼카운트 2-3에서 낮은 직구를 던졌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스트라이크. 그러나 심판은 볼을 선언해 1사 1·2루가 됐다.

포사다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흔들린 래키는 데릭 지터마저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2번타자 조니 데이먼을 좌익수 낮은 플라이로 아웃시켜 발등에 불을 끄자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래키를 교체했다. 이때까지 래키는 6안타를 산발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소시아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올 때 래키는 “코치! 이건 내 경기다. 이건 내경기다(Coach! This is mine. This is mine)”라며 절규하듯 외치며 마운드를 지키려 했다.

교체된 베테랑 좌완 대런 올리버는 ALCS에서 단 1개의 타점도 없고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던 마크 테셰라에게 초구 122km짜리 느린 변화구를 던지다가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올리버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고의4구로 내보낸 뒤 좌타자 마쓰이 히데키에게 동점 중전적시타를 허용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강판됐다.

게다가 급히 올린 우완 케빈 젭센마저 로빈슨 카노에게 2타점 우중월 3루타를 내줘 게임은 졸지에 양키스의 6-4 리드로 뒤집어졌다.

심판의 볼 판정 하나가 빚은 재앙이었다. 에인절스-양키스전의 심판진은 거의 매 경기 오심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심판들의 오심시리즈가 계속되자 월드시리즈에 내정됐던 심판들을 경험 풍부한 베테랑들로 교체할 것으로 전해졌다.

5차전 승부는 사실상 7회에 갈렸다. 에인절스가 1회말 양키스 선발 AJ 버넷에게 벼락같이 4연속안타를 몰아쳐 4-0으로 주도권을 잡았으나 7회초 대거 6실점해 오히려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에인절스 타자들의 집중력은 7회말 곧바로 발휘됐다. 3차전의 영웅 포수 제프 매티스가 좌전안타, 9번 에릭 아이바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에인절스는 보비 아브레유의 1루 땅볼로 1점을 만회하고 계속된 2사 1·3루서 블라드미르 게레로의 동점 중전적시타, 켄드리 모랄레스의 역전 우전적시타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7회 양 팀의 투수 교체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소시아 감독의 선발 래키 조기 교체가 그랬고, 평소 조바 챔벌레인에 이어 필 휴즈(패전)를 투입하던 양키스 조 지라르디 감독은 5차전에서는 휴즈에 이어 챔벌레인을 마운드에 올려 결과적으로 패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에인절스는 7-6으로 간신히 승리했지만 9회초 2사 후 마무리 브라이언 푸엔테스가 로드리게스를 고의4구로 내보낸 뒤 볼넷-사구가 이어져 또 한번 역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에인절스는 시리즈 2승3패를 만들어 25일 양키스타디움에서 6차전을 벌인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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