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현 “만루의 사나이, 이젠 그만!”

PS 4번의 위기…“그순간은 죽을 맛”

윤길현. 스포츠동아 DB

SK 김성근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윤길현은 “만루의 사나이”다. 포스트시즌 들어와 만루위기만 4번을 겪었다. 윤길현은 “당해보니 ‘입에 침이 마른다’는 표현이 뭔지 알겠더라. 4번이나 해봤는데도 떨리긴 매한가지”라고 심경을 고백했다.

가장 최근이자 압권으로 꼽히는 20일 KIA와의 한국시리즈(KS) 4차전. 9회 2사 만루 역전위기에서 유격수 땅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의 비화. 바로 앞 타자 김상훈에게 직구만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하필 나주환이 에러를 저질렀다. 눈앞이 깜깜한 상황에서 KIA 타자는 3안타의 이현곤. 포수 정상호는 또 직구 사인을 냈지만 왠지 예감이 안 좋아 스스로 주무기 슬라이더를 선택했다고. 결과적으로 그 회심의 초구를 이현곤이 건드려줘 유격수 땅볼로 끝낼 수 있었다.

해피엔딩이니까 짜릿하지만 막상 그 순간은 죽을 맛. 속으론 “졌다”고 공포에 떨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마음이 약해지면 벤치의 김 감독을 쳐다보는데 외면하더란다. 그만큼 신뢰를 얻고 있다는 증거겠지만 “(군입대 예정인) 상무에서 기다리고 있다는데 정작 군대 갈 힘도 없을 것 같다”고 SK 사람들은 동정(?)을 표시하고 있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