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말한다] 이희수의 1999년 KS 1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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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7시 30분


대타 최익성 역전포 기선제압4전5기 독수리 마침내 ‘비상’

이희수. 스포츠동아 DB
이희수. 스포츠동아 DB
“롯데에 4승1패로 쉽게 이긴 것 같지만 매 경기가 진땀승부였어. 1차전도 어렵게 역전승했고, 2차전부터 5차전까지 모두 1점차 승부였으니까.”

이희수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사진)의 머리 속에는 10년 전 가을의 기억이 아직도 단풍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다.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이글스의 사상 첫 우승. 독수리가 마침내 창공을 날아올랐던 그 기억이 선명하다.

1999시즌에 앞서 한화는 약체로 분류됐다. 1997∼98년 연속 7위에 그치며 암흑기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98년 올스타 브레이크 때 강병철 감독이 해임되면서 사령탑 자리를 물려받은 이희수 감독은 99년 매직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획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4연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한국시리즈 파트너는 플레이오프에서 삼성과 7차전 승부를 펼친 롯데였다.

“1차전이 고비였지. 4회초에 먼저 2점을 뽑았지만 5회말에 김응국에게 솔로홈런, 호세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역전을 당했으니까.”

6회초 선두타자 백재호의 동점홈런이 터진 뒤 1사후 강석천이 볼넷을 얻어나갔다. 롯데는 호투하던 염종석을 내리고 좌완 가득염을 내세워 좌타자 이영우를 상대하려 했다.

“최익성이 가득염에게 강했던 데이터가 있어서 대타로 냈는데 거기서 정말 큰 역전홈런을 쳐줬어. 98년 시즌 끝나고 노장진을 삼성에 주고 데려왔던 최익성이 말이야.”

1차전을 6-3으로 잡은 한화는 2차전도 4-3으로 승리했지만 3차전을 연장 10회 접전 끝에 2-3으로 내줬다.

그리고 4차전 2-1 승리. 5차전은 2-3으로 뒤진 9회에 데이비스의 우전안타, 로마이어의 우중간 적시 3루타, 장종훈의 희생플라이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그의 말대로 1차전을 제외하고 모두 1점차 승부. 빙그레 시절이던 1988∼89년, 91∼92년 등 4차례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한화는 결국 4승1패로 첫 우승고지에 올랐다.

“개인적으로 롯데에서 코치생활을 하다 1988년 빙그레로 옮겼는데 한번도 우승을 못해 한이 있었지. 특히 92년 빙그레 수석코치 시절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에 1승4패로 졌잖아. 꼭 이기고 싶었어. 한국시리즈 끝나고 선수들이 묻더라고. 포스트시즌 들어 왜 작전을 한번도 내지 않았냐고. 그래서 말했지. 너희들이 자발적으로 잘 해주는데 무슨 작전이 필요하냐고. 큰경기일수록 감독이 주무르다가 게임을 망칠 수 있어. 감독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작전이야.”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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