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MLB In&OUT]깁슨 같은 ‘투혼 영웅’ 탄생을 기대하며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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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프로야구에서도 포스트시즌의 열기가 뜨겁다.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하려면 속칭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선수라 대비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도 쉽게 보게 된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경우가 바로 부상 투혼이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출장해 상대팀의 맥을 놓게 한다. 마치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고영민이나 SK의 채병용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왜 그런 선수가 없을 소냐.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예고 영상을 보면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영상이 있다. 이제는 화면의 색상도 바랬지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콧수염을 기른 선수가 베이스를 돌며 왼손을 앞뒤로 힘차게 펌프질 하고, 한 쪽 다리를 절뚝이던 선수를 기억하는 분들이 꽤 계실 것이다. 마치 최근 포스트시즌 극적인 승부의 상징처럼 되고 있는 이 장면의 주인공은 바로 커크 깁슨(사진)이다.

1988년 뉴욕 메츠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타율 0.154에 그쳤지만 중요한 순간에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그의 진가는 수비에서 발휘됐다.

3차전 비로 젖은 그라운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키 윌슨의 좌중간 타구를 쫓아가 몸을 날려 잡아내며 시리즈 분위기를 끌어온 것이다. 그렇지만 그 대가는 컸다. 무릎을 그라운드에 심하게 부딪치며 부상을 입은 것이다. 이 부상은 며칠 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영웅 탄생과 직결된다. 월드시리즈 상대팀은 당시 최강팀인 오클랜드 에이스. 호세 칸세코와 마크 맥과이어의 ‘배시 브라더스’로 대변되는 강타선의 팀으로 언론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양 팀간 대결을 표현할 정도였다. 당시 현장 리포트에 따르면 챔피언십시리즈의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했던 그는 1회부터 덕아웃 뒤에서 스윙 연습을 했다고 한다. 스윙을 할 때마다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1차전 4-5로 뒤지던 9회 2사 1루 풀카운트 상황에서 깁슨은 당대 최고의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의 슬라이더를 기다렸고, 결국 우측으로 잡아당겨 끝내기 홈런을 치며 오클랜드를 충격으로 몰아넣다.

일방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이 시리즈는 다저스의 4승1패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타석은 깁슨의 시리즈 유일한 타석이었지만 시리즈 전체의 물꼬를 돌리는 한 방이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어떤 깜짝 선수가 나타날지, 어떤 선수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줄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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