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의 탱크? 탱크 엎을 폭풍?

  • 입력 2009년 10월 13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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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동해오픈 ‘스킨스 게임’ 최경주-양용은 오늘 첫 대결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누가 승자가 될까?

‘탱크’ 최경주(39·나이키골프)와 ‘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13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서 신한동해오픈의 전초전인 스킨스 게임 ‘희망나눔 챔피언십’(총상금 1억5000만원)에서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 허석호(36)와 함께 샷 대결을 펼친다.

정규 투어가 아닌 이벤트성 대회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두 스타가 처음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대회전부터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999년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멤버가 된 최경주는 두 말할 나위없는 국내 최고의 스타다. ‘탱크’라는 별명답게 저돌적인 경기 스타일과 파이팅 넘치는 파괴력이 장점이다.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창에 비유할 수 있다.

반면, 양용은은 뛰어난 방패다.

지난 8월 PGA 챔피언십에서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상대로 물고 늘어지는 전략으로 아시아인 최로의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우즈의 기에 눌려 자멸하는 선수들을 일컬어 ‘타이거효과’라고 부르지만, 양용은은 ‘타이거효과’를 무참히 짓밟고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모습이 마치 튼튼한 방패 같다.

○홀마다 짜릿한 명승부

이번 대회는 스킨스 방식으로 치러진다.

72홀을 플레이해 승자를 가리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달리, 스킨스 게임은 매 홀마다 승자를 가리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자에게 유리한 게임이다. 홀마다 승자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전략적인 수 싸움을 펼쳐야 한다. 심리전이 승부의 열쇠다. 선수들은 홀에 따라 방어를 할 것인지, 확실하게 공격해 홀을 따낼 것인지 미리 생각하고 플레이를 펼쳐나간다.

경험이 많은 최경주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최근 상승세인 양용은의 기세도 무시할 수 없다. PGA투어 11년차 최경주는 그동안 각종 스킨스 게임에 출전하며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12월에는 LG스킨스대회에서 필 미켈슨(미국), 스티븐 에임스(캐나다)를 상대로 가장 많은 상금을 따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양용은은 스킨스 게임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PGA챔피언십에서도 우즈와 매치플레이와 같은 대결을 펼쳐 승리를 따낸 것처럼 1대1에 능하다는 점에서 위험한 존재다.

함께 경기에 나설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와 허석호(36)의 플레이에 따라 승부가 뒤바뀔 수도 있다. 스킨스 게임은 총상금의 일정액을 홀마다 상금으로 내 건다. 보통은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상금액이 커진다. 따라서 초반보다 후반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홀을 비길 경우엔 상금이 이월되는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에 상금이 많이 싸여 있는 홀을 따내는 선수가 우승에 근접할 수 있다.

최경주도 LG스킨스 게임(총상금 100만 달러)에서 27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몇 홀에서 승리를 따내는가보다 얼마의 스킨을 따내는가가 승부의 변수로 작용한다. 한 방이면 충분하다.

○최경주 VS 양용은 관전포인트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누른 결정타는 양용은의 하이브리드 샷이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그린을 향해 쏘아올린 절묘한 하이브리드 샷은 천하의 우즈도 꼼짝 못하게 만든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티드(SI)는 이 샷을 ‘올해의 샷’으로 선정했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도 양용은의 환상적인 하이브리드 샷이 터져 나올지 주목된다. 대회가 열리는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남코스는 긴 전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파4홀과 파5홀이 길어 롱 게임을 잘 하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양용은의 하이브리드 샷을 볼 수 있는 홀도 여럿 있다. 양용은이 우승할 경우 어떤 우승 세리머리를 펼치게 될지도 관심사다.

후배를 상대로 맞대결을 펼칠 최경주는 심적인 부담이 앞선다.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1인자의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

정규 대회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샷이 무뎌진 건 아니다.

드라이브 샷 평균 280.1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67%, 그린적중률 66%로 모두 PGA 평균을 웃돈다.

노련한 최경주와 패기의 양용은. 누가 스킨스의 제왕으로 등극할지 몹시 기대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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