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바꾼 김경문 “세번 실패는 없다”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이제는 ‘이기는 야구’

2년 연속 한국시리즈서 SK에 역전패 아픈 기억
김성근 감독과 사제지간
老스승 뛰어넘을지 주목

“내보냈으면 믿어야죠.”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평소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투수가 안타 몇 개 맞았다고, 타자가 몇 경기 못 쳤다고 뺀다면 선수들은 불안해서 야구가 제대로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믿음의 야구’ ‘뚝심의 야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두산은 올 시즌 26번의 희생 번트를 댔다. 8개 구단 중 가장 적다. 플레이오프 상대인 SK(128개)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김경문 식 믿음의 야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달라졌다. 2007년과 2008년 두 해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SK에 역전패한 쓰라린 교훈 탓일까.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철저하게 ‘이기는 야구’를 택했다. 평소 스타일도 중요했겠지만 세 번째는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때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벌떼 마운드’를 들고 나왔다. 두산은 1차전에 6명, 2차전에 5명 등 두 경기에서 11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벌떼 마운드 운영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10명)보다도 많았다. 1차전 6회에 등판시킨 후안 세데뇨는 공이 높게 몰리자 한 타자만 상대하게 하고 곧바로 빼버렸다. 김 감독은 “지난 두 번의 한국시리즈 실패에서 배운 바가 있다”며 “팬들로서는 지루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해해 달라”며 스타일 변화를 스스로 인정했다.

김성근 감독도 “그동안 많이 배웠다고 하더니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투수를 잘 바꾸더라. 이제 벌떼 작전이란 말은 두산에 더 어울리는 말”이라며 김경문 감독의 달라진 마운드 운영을 인정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3-2로 쫓긴 1차전 9회 때 잘 던지던 임태훈을 내리고 컨디션이 썩 좋지 않던 마무리 이용찬을 내보냈다. 그는 “1차전부터 용찬이가 세이브를 챙기면서 자신감을 얻고 가야 전체 승부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어 믿고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김성근 감독이 OB 사령탑을 맡았던 1984∼1988년에 김경문 감독은 포수로 뛰었다. 제자는 스승에게 당한 두 번의 쓰라린 패배에서 배움을 얻어 스타일을 바꿨다. 김경문 감독이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노스승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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