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스포츠]카메룬 청소년대표팀, 걔들 그냥 청소년이 아냐

  • 입력 2009년 9월 29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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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11시. '대~한민국'

견학 등의 목적으로 유럽의 프로축구단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는 게 있다. 1부 리그부터 유소년클럽까지 단계별로 잘 갖춰진 선수 육성 시스템과 함께 현지인들 만큼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의 3대 리그는 물론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프로축구단에는 아프리카 출신 유망주들이 1부 리그 선수로의 도약과 스타플레이어의 꿈을 안고 훈련에 온몸을 던진다.

유럽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게 되면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고 이야말로 아프리카 선수들에게는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쥘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이다.

유럽의 프로축구단은 잘 조직된 지도 체계를 통해 선천적으로 유연성과 민첩성을 타고 난 아프리카 축구 꿈나무들을 팀의 간판선수로 키워내 1부 리그 팀에서 활용하거나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스카우트에 적극적이다.

27일(한국시간) 열린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이 아프리카의 카메룬에 0-2로 패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조영철이 슛한 볼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오지만 않았어도 경기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의 전반적인 양상을 보면 카메룬 선수들은 청소년답지 않게 우리나라 선수보다 경험이 많은 것 같았고 노련미가 돋보였다.

양 팀 선수들의 소속팀을 보면 왜 비슷한 또래인데도 이런 차이가 났는지 알 수 있다.

카메룬 팀은 21명 선수 전원이 프로 선수들이다.

카메룬 국내리그에서 뛰고 있는 6명을 빼고 나머지는 유럽 프로리그 소속이다. 이중 7명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프로축구리그에서 뛰고 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첫 골은 넣은 안드레 아코노 에파는 카메룬 프로축구 캐논 야운데 소속이고 추가골을 터뜨린 게르마인 티코는 스페인의 마요르카에서 뛰고 있다.

반면 한국 팀은 21명 중 프로 소속은 12명이고 나머지 9명은 대학선수다. 프로 선수 중 8명은 국내 리그에서, 나머지 4명은 일본 프로 팀 소속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여 있는 유럽 프로리그 그중에서도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잔뼈가 굵은 카메룬 선수들은 골 결정력이 돋보였고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한국은 오늘밤 독일과 2차전(29일 오후 11시·SBS TV 중계)을 치른다.

'전차 군단' 독일은 미국과의 1차전에서 3-0으로 이긴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

하지만 필자는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카메룬 전보다는 이번 독일 전에서 잘할 것으로 믿는다.

독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골키퍼 지엘러를 제외하고 20명 전원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물론 분데스리가도 전통 있는 명문 프로축구리그이다. 그러나 한 리그에서만 뛴 독일 선수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양한 축구를 접한 카메룬 선수들에 비해 노련미는 부족할 수 있다.

우직한 한국축구가 1차전의 패배 악몽에서 벗어나 그 저력을 발휘해 독일을 거꾸러뜨리는 통쾌한 장면을 상상해본다.

"대~한민국 짜짜짜 짝짝."

권순일 |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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